2021.01.14 13:56

100% 나

추천 수 0 댓글 7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어제는 약을 먹고 싶지 않아서, 처음으로 먹지 않았다. 기세 좋게 침대에 누웠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손이 제멋대로 덜덜 떨리고, 이어서 몸도 떨려왔다. 약을 먹지 않았으니까, 몸부림 쳐도 잠은 오지 않았다. 그저께도 거의 자지 못했다. 약 안 먹고 3일 정도 버틸까, 웃기는 소리, 그것은 오산이었고, 나는 두려움이 다시 올라오는 걸 느꼈다. 

귀가 시끄러워 기분이 우울했다. 아침에 아버지 생각이 나서 눈물이 흘렀다. 나의 상황도 곁들어서. 

식욕이 전혀 없어 억지로 입 속에 음식물을 밀어넣었다. 거의 90%이상 차폐되는, 삣삣- 어딘가 전산실 기계 소리 같은 음을 폰으로 켜두고 쉬고 싶어서 누웠다. 아- 정말이지 쉬고 싶다- 오른쪽 귀를 오른 손으로 살며시 감싸니, 우웅우웅- 하는 UFO가 비행하는 듯한 소리가 났다. 그 상태로 3시간 정도 누워있었다. 아- 정말 쉬고 싶어요- 배가 아파왔다. 부정적인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았지만 수다스런 에고는 말을 그치지 않았다. 귀가 예민해진 것 같아, 전산실 기계음을 끄고, 어머니가 나를 불러, 고구마와 옥수수를 다시 입 속에 밀어넣고, 양치질을 하며 거울을 보았다. 거울 속의 얼굴은 생각보다 낯빛이 어둡지 않았다. 하루의 절반이 갔다는 안도감이 조금 들었다. 방으로 돌아와, 약을 먹고, 조금 기운이 나서 게이밍 의자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 로이 선생이 녹음한 시냇물 소리. 그것을 멍하니 들으며 눈을 감고 심호흡했다. 또 눈물이 흘러내렸다. 왜 이러지? 이렇게 많이 운 것은 흔하지 않다. 

가면쓰기는 이제 하지 않는다. 그 어떤 잣대로 그 누구를 평하고 싶지 않고, 그 누구에게도 나쁜 소리 하고 싶지 않다. 완전히 변해버렸다. 고통이 나를 '영적'인 것으로 몰아간다. 나의 선택지는 그것 뿐이다. 

지금 이 순간 나의 상태, 나약한 면, 100% 나를 기록하고 싶었다. 그렇지 않으면 견디기 어려운 기분이어서. 

주문한 마그네슘이 와서, 종이와 캡을 제거하는데, 고막이 반응했다. 어제 자지 않아서 확실히 더 예민해졌다. 

그저 고요히 있고 싶다. 그것만이 유일한 바람이다.


 

  • zard 2021.01.14 18:20
    오늘 처음으로 마그네슘 먹었습니다
  • Fomalhaut 2021.01.14 20:04
    한동안 눈두덩이 하도 떨려서 마그네슘 좀 먹어봤는데 저 개인적으로는 별로 효과를 본 기억이 없네요. 결국 잠 잘 자니깐 다 없어지더라구요. 잠 안 오는게 참 괴로운 일인데 전 그럴 땐 그냥 한 2-3시간 귀에 이어폰 꼽고 계속 걷습니다. 한강 다리도 걸어서 넘어가보고 잘 모르는 동네 골목길도 구석구석 쑤시고 다녀보고 무슨 자락길이네 둘레길이네 죽 걸어보기도 하고. 발아프고 다리 아프고 그런 상태에서 집에 오면 어쨌든 피곤하니까 내가 인지 못하는 사이에 잠이 들긴 하더라구요. 새벽에 깨더라도 일단 좀 잠을 자니깐 회복은 되는 거 같고, 그렇게 컨디션을 찾아보는 거 같습니다. 지금 잠시 한파가 좀 풀렸으니 한 번 걸어보시면 어떨까요? 사람들 보기 싫으면 지하철타고 교외 이름 없는 역에 내려서 그냥 쭉 걸어보시면 됩니다. 은근히 그런 곳 쉽게 찾아집니다.
  • zard 2021.01.15 10:17
    지하철 타는 것을 좀 두려워하게 되서 (소리왜곡과 다른 문제로) 동네 근처를 가끔 걸을 때가 있어요. 한동안 스쿼트를 천천히 시도해 보기도 했고요. 이어폰 끼고 걷기, 제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에요. 지금은 못하고 있지만. 한강 다리 넘어가보던 때가 기억 나네요. 3호선 버터플라이 걷기만 하네, 들으면서 마냥 걸었던 기억이.. no music no life라고 쭉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다시 봄날이 오겠죠. 아, 아무 생각 없이 마냥 걷던 그 날이 이렇게 그리울 수가.
    댓글 감사합니다.
  • 던킨도너츠 2021.01.15 12:35
    마그마 그 뜨거운 네 속에 슘을 불어넣으리라
  • zard 2021.01.15 13:31
    양자장을 통해 기운이 전해져옴을 느낍니다.
  • 산책비 2021.01.16 14:46
    이 글을 쓰고 나서, 잘 주무셨길..
  • zard 2021.01.17 09:17
    다행히 5시간 잤답니다. 감사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심야 채팅방 blowm 2018.04.01 166583
공지 2차 공지 (수정) blowm 2016.01.14 223879
1737 오늘같은 추운 날씨엔 ' Cobra Killer - 76/77 ' HIPHOP=SEX 2019.01.04 60818
1736 캐러나비 동물점 1 Fomalhaut 2017.04.03 38968
1735 일기 쓰기에 가장 좋은 사이트네요 3 78 2013.12.12 33945
1734 카 섹스 2 kiki 2015.01.04 33025
1733 아델 씹팔년의 보지를 발로 뻥 까버린 The Bullitts HIPHOP=SEX 2014.01.05 31935
1732 보아가 소속사 SM에게 "확인 좀 하고 올려라"고 일침 날린 이유 1 Fomalhaut 2017.04.28 31796
1731 김흥국 『레게의 신』 / 나는 왜 김흥국을 샀을가? Fomalhaut 2017.03.16 31529
1730 토다커 1 딸기 2013.12.14 30532
1729 현재에 사는 사람은 영원히 사는 것이다. HIPHOP=SEX 2013.12.13 30440
1728 joan cornella 4 file AQUA 2014.03.11 30405
1727 12/12 수정 ㅠㅠ 가입 하신 분들 미안합니데 (다시 가입 좀 부탁드릴게요) 2 imi 2013.12.12 29723
1726 Hard Facts: Average erect penis size worldwide 2 Fomalhaut 2016.12.29 29711
1725 정서적으로 지적인 사람들이 하지 않는 10가지 3 헤이슈가 2016.03.08 29229
1724 안녕하세요. imi 2013.12.12 29106
1723 ‘여배우’란 용어는 ‘여혐’주장…이주영 SNS 폐쇄 8 Fomalhaut 2016.12.01 28757
1722 12/13 imi 2013.12.13 28522
1721 의도와는 상관없이 대대적인 주목을 끄는데 성공한 외국인 HIPHOP=SEX 2014.07.15 27647
1720 ‘음악의신 2’ 윤채경, CIVA 멤버와 함께한 래쉬가드 화보 공개! 4 Fomalhaut 2016.07.10 2756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87 Next
/ 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