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때 성욕이 많으면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라는 가설을 내세웠는데 일종의 나를 합리화 시키는 방식이었다. 그만큼 내가 성욕이 세다고 생각했다. 최근까지도 나는 내가 씹변태인줄 알았다. 또래 친구들보다 자위를 많이했고 성에 유독 관심을 두었으니까.
나는 중고등학생 때 헤르만헤세의 책을 좋아했다. 사실 좋아한다고 해봤자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수레바퀴 아래서 정도만 완독했을 뿐이지 대부분의 책들은 읽다가 말았다. '데미안'의 경우도 읽다 접었는데, 다들 그렇듯이 초반부가 인상 깊었다. 세상을 두 개의 세계로 나누는 싱클레어에 나를 이입시켰다. 나는 목사의 자녀지만 그런 것 치고는 종교가 강압되는 집안에서 자란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많은 예술가들이 목사의 자녀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는 목사의 아들이라는 것을 내 중요한 정체성이라고 여겼다.
은밀한 세계에 대해서 한편으로는 두려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궁금해했다. 하지만 나는 찐따라서 그런 세계에 금방금방 들어갈 수 없었고 충족되지 못하는 욕망은 계속 비틀리기만 했다. 열네살 수련회에서 다 잠에 들었을 때, 몇몇 애들이 조용히 야한 이야기 하는 걸 자는척하며 엿들었을 때 심장이 미치도록 쿵쾅댄 것이 기억난다. 스물 한살 때는 등하교하면서 지나치는 수원역의 창녀촌 거리를 멤도는 취미가 생겼다. 돈이 없어서, 그리고 무언가가 무서워서 실제로 하지는 못했다. 그냥 그런 거리를 걷는 자체로 이상한 쾌감을 느꼈다. 스물 세살에 첫섹스를 하고는 내 성욕이 뭔가 이상하게 생겨난 것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은 내 음담패설을 좋아해주었고 변태인 내가 좋았다. 변태가 될수록 은밀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았고 가정으로부터 멀어져가는 것 같았다. 여전히 나는 습관처럼 자위를 한다. 1일1딸은 기본아니냐고 친구들에게 자랑하는 내가 불쌍하다. 자위습관을 고치는 것이 어쩌면 내게 중요한 역할을 할지도 모르겠다.역할을 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