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이도 어리고 청청한 청춘이라서 잘 안 느끼고 사는데 때때로 엄청나게 막막한 기분이 든다
일부러 그런 상황들을 만들기도 한다
나는 내 하이퍼미학과 표범어로 영원히 오래오래 아주 잘 살거라고 자신하는데
그 순간들 만큼은 '과연 나이 60을 넘어가도 그따윗것들로 버틸수나 있을까?' 하고 별안간 현실과 회의의 눈이 열리는 것이다
내 부모님하고 친한 사람들이 언젠가 죽거나 늙어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고 다짐도 해놨다고 믿어의심치 않았는데
그 순간 만큼은 대책없는 정에 휩쓸려서, 너무 슬퍼서 천천히 무너져 내리는것이다
우리 집안은 아주 오랜 시절부터 천주교를 스스로 믿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비록 집안에 순교자나 성인은 없지만 나름 선교사를 통하지 않고 스스로 신앙을 가지게 된 '기적'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나는 아주 어렸을때부터 하느님이 있든 말든 내가 왜 그사람한테 내가 당신의 종이라고 고백해야하는거지?라고 반항심이 자라났고
엄마아빠가 크게 상관하지 않았기에 그 이후로는 성당에 가지 않았다
하지만 천주교의 장엄한 미사 의식이나 아름다운 노래가 함유하는 신비로운 권위에 대해서는 나도 모르게 경외감을 가지게 된것이다.
그리고 막막한 순간들만큼은 어떤 초월적인 타자에 나를 의탁하고 의지해버리고 싶은 유혹이 든다
너무 막막하고 무겁기 때문이다
나는 내 조상들도 그 어떠한 막막한 것들을 절실히 체감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울면서 천주교를 믿은 것이 아닐까
가장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었던 유학자들이 이런 비이성적이고 광기에 휩싸인 종교를 믿는다는것이 믿기지 않는다
복 받고 싶어서, 지옥 가기 싫고 천국 가고 싶어서,영생을 약속받기 위함이 아닌 진정으로 의지해야할 만한 존재를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일것이다
나는 내 하이퍼미학이 이러한 막막함을 견디어내고 초월하는데 으지할 깃대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라고 만들었으니까
스스로를 주도하고 책임지며 의지하는 것이다
동시에 이것이 너무나도 나약하다는것을 깨닫는다
지금은 그 막막한 무게를 나 혼자서 감당하고 있지만 언젠가 이것이 무너져 내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하이퍼미학은 이해받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자생적으로 끝없이 재고찰되어야하고 방증되어야하며 가다듬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