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의 대화

by AQUA posted Jun 22,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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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아까부터 장롱밖에 없는 방구석을 쳐다보고 계신다. 난 문득 어린애같은 마음이 일어 바보같은 소리인줄 알면서도 그리 물었다.


할머니 뭐해?

...누워있지


할머니는 여전히 방구석을 쳐다보고 계신다.


할머니 무슨생각해?

...

응? 할머니 무슨생각해요

...와서 너두 누워


할머니는 무어 그런걸 묻냐며 나를 나무라는 것 같진 않았지만, 더 이상 물어봐도 아무 대답도 해주지 않으실것 같기에 그냥 곁에가 누웠다.

할머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시는건가? 오직 생에대한 열망만 남은 노인들의 모습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할머니를 머리부터 천천히 쳐다보았다. 가까이에서 본 할머니의 피부는 포장지같았고 그 손을 쥐어보니 꽤나 추웠다. 그리곤 아무 생각없이 할머니 손등의 피부를 주욱주욱 늘리고 있었는데, 하다보니 그 짓이 퍽 재밌다고 느껴졌다. 

손을 다시 몸 우에 올려놓곤, 다시 할머니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발목이 부어있었다. 부어 팽팽해진 발목은 오히려 분홍빛을 띠며 생기있어 보였다. 병으로 부어있는 발목. 할머니에겐 이제 노쇠함이 더 자연스러운 것이구나. 

요 며칠 할머니와 대화를 하다보면 육체만큼 정신도 시나브로 죽음을 맞고 계시단 생각이 든다. 미취학 아동이나 동물을 대할때의 느낌처럼, 이젠 다른 세상에 있는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