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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는 물론 중요한 가치되겠다. 허나 자유에 대해서 정도 이상을 넘어서는 무게추를 두는 사람들이 몇가지 간과하는 것이 있는데, 나의 자유만큼 타인의 자유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보통 자신의 자유를 과하게 추구하는 사람들은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살고 있다. 그런 민폐를 지적하면 그들은 너네들도 그럼 자유롭게 해라 누가 말리냐?는 식으로 반응하곤 하는데,


그렇게 자유가 좋으면 사회를 벗어던지고 말 그대로 자연속의 한 개인으로 돌아가면 된다. 멀리 갈 거 없이 종교인들은 진정한 자유를 누리기 위해 속세로 들어가던지 교회에서 신을 따르며 살던지 그러고 있다. 이미 수준높은 고차원의 자유를 추구하는 길이 그렇게 제시되어 있다. 그런데 쾌락과 탐닉, 번뇌와 탐욕을 자유라고 잘못 받아들인채 그 오개념의 자유에 탐닉하는 자들은 정작 사회를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그들 특유의 무책임함과 불성실함에 뒤따르는 피해가 두렵고 겁이 나서 되려 사회적 보호를 더욱 더 강렬하게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타인의 이해가 아주 당연한 것처럼 요구들 하고 있다. 역겨운 모순이다.


당장 아래의 칼럼을 보라. 일부일처제에 따르는 고충 못지 않게 사람과 사람간의 상처와 갈등과 반목이 점철되어 있고 오로지 폴리아모리를 제안한 인간들만 모든 심적 부담을 주위에 전가한체 홀로 쾌락을 만끽하고 있다. 여러사람과 사랑을 느끼고 싶거든 아예 관계 자체를 정의하지 마라. 그러다가 혼자 뒷방 늙은이 되어서 하나의 자유개체답게 공수레 공수거 즐기다가 뒤져버리면 그만인데 그건 또 겁이 나니까 애매한 관계를 설정하고 있는 거 아니냐? 젊을 때 쓰고 싶은 거 참아가며 보험금, 연금을 납부하는 사람들이 누리는 안정감을 노세노세 젊어서 노세 하면서 사는 놈들이 똑같이 누리겠다는 건 개쓰레기 같은 도둑놈 심보 아닌가. 그걸 슬그머니 '자본주의, 사유재산, 독점'이런 한걸레 독자들이 싫어하는 개념들에 결부시켜서 마치 부정적인 것인양 장난질치고 있던데 이진한인가 인터뷰한 저새끼 그럼 사유재산없이 자본으로부터 독립하여 자유롭게 살면서 그 딴 소리 지껄이라 그래.


가끔 이런 칼럼 보면 진짜 글 쓴 새끼들 귓방맹이를 후려치면서 한마디 하고 싶다. "야 그렇게 자유롭고 싶으면 다른 사람 괴롭히지 말고 그냥 혼자 철저한 개인으로 살아. 누가 뭐라 그러니?". 사회 속에서 철저하게 자립된 한 개인으로서 살아갈 자신없는 허약하기 짝이없는 덜 떨어진 의존적인 인간들이 자신의 무기력함을 가리기 위해, 인간관계에서 사회관계에서 책임져야할 부분들에 대한 부담을 전가시키기 위해 이상한 개념들을 고안하여 자유라는 가치의 장점마저 흐릴법한 범위로 이끌고 나와 더럽히는 비열한 작태를 보고 있으면 구토가 쏠린다. 기자놈들아, 그렇게 자유가 좋으면 인간의 굴레를 내려놓고 그냥 침팬지처럼 그렇게 살아.


자유의 가치는 이미 종교 경전에 아주 오래전부터 제시되어 있고, 그 자유를 추구하는 길은 속세를 떠나서 마음을 비우는 것이라는 것도 다 제시되어 있어. 너네들이 말하는 자유는 번뇌와 탐욕이야. 이미 너네들은 개념 자체가 이해가 안되어 있어. 번뇌와 탐욕을 추구하는 것이 좋다면 지금부터 히로뽕을 대량 구입해서 매일 한대씩 처맞으면서 환희와 희열을 느끼는 거랑 다를 바가 없어. 왜 이제 마약도 합법화하자고 그러지? 너네들이 인용한 구절을 그대로 써먹으면 '인류가 마약을 법으로 금지하지 않았더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절대로 마약을 하지 않으며 살지 않았을 것이다' 뭐 이렇게 되겠구나. 


언제까지 경박한 이들이 '자유'라는 가치를 오용하여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다닐런지. 군생활을 떠올려보면 그 집단의 질서를 가장 지키지 않았던 놈들이 계급이 올라가면 애들 갈구고 때리고 말년 행세 있는대로 하고 다니고 그런다. 책임지기 싫고 하고 싶은 것만 하려하고 살고픈 더러운 인간 쓰레기들이 아무곳에서 똥싸고 다니는 것도 모자라 그 똥을 황금이라고 일컫고 있는 걸 내가 왜 보고 견뎌야 하는지 의문스럽기까지 하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7812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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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하고 있나요. 맹렬히 한 사람을 사랑하고 영원히 변치 않을 사랑을 약속하고 있나요. 누구도 끼어들 수 없는 둘만의 맹세를 만들어가고 있나요.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너만을 사랑하겠노라고, 모두의 앞에서 선언했나요.

그런데, 가끔 흔들리나요. 그 맹세가 목에 걸린 생선 가시처럼 답답한가요. 다른 누군가에게 자꾸 눈길이 가기도 하나요. 잠깐 누군가에게 눈길을 준 연인 때문에, 그 모든 사랑의 말들이 속절없이 갈라지고 깨어졌나요. 그의 곁에서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일만 생각하면 어딘가로 달아나고 싶은가요.

우리 사회가 절대적 당위로 받아들이는 ‘모노가미’(일부일처제·Monogamy)는 기실 인류의 25%만이 법으로 정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나요. 인류학자들이 설명하듯 모노가미가 자연법에 도전하는 사회적·문화적 결과라면, 그 연장선상의 ‘모노아모리’(독점적 사랑·Monoamory)도 ‘부자연’에 가깝겠습니다. 아! 로미오와 줄리엣이여, 춘향이와 이몽룡이여, 모든 ‘부자연’의 연애들이여.

<한겨레21>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사랑하고 있는 이들을 만났습니다. 모노아모리, 모노가미를 부정하고 ‘폴리아모리’(다자간 사랑·Polyamory)를 택한 이들입니다. 다자사랑주의자들은 소유하고 독점하는 연애 대신 열린 연애를 지향합니다. 조금 낯설지만, 어쩌면 이 신인류들이야말로 사랑의 원형질을 구현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_편집자


‘위선적’ 일부일처제 연애, 독점적 연애 벗어난 ‘다자간 사랑’ 
‘완전한 하나’가 되려는 불가능한 욕망을 내려놓고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온전한 스스로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랑”

“다른 사람들은 제쳐둔 채 오직 둘이서만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두 사람은 이미 죽어 있는 것이다. 그들은 권태로 인해 죽는다.” 저서 <제2의 성>에서 프랑스의 작가 시몬 드 보부아르는 전통적인 결혼생활에 대해 이와 같이 말했다. ‘권태로 인해 죽지 않기 위해’ 그는 평생에 걸쳐 관계를 실험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가 그 실험의 파트너다. 파리고등사범학교 철학과에서 만난 두 사람은 1928년 첫 만남부터 1980년 사르트르가 먼저 세상을 뜨기까지, 결혼은 하지 않은 채 서로 동등한 권리를 존중하며 관계를 이어갔다. 보부아르와 사르트르는 둘만의 관계를 넘어 때로 각자 연인을 두거나 둘 사이에 제3의 연인을 끌어들이며 “삼중주 혹은 사중주”의 형태로 사랑을 확장했다. 둘의 관계는 이후 일대일의 배타적 연애관계에서 출구를 찾는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여럿에 대한 사랑, 덜 치열하지 않아

시몬 드 보부아르와 장 폴 사르트르는 평생 결혼은 하지 않은 채 서로 사상적 동지로, 연인으로 동등한 관계를 이어갔다. 두 사람은 때로 제3자와도 사랑을 나누는 ‘폴리아모리’를 실천했다. 도서출판 길 제공
시몬 드 보부아르와 장 폴 사르트르는 평생 결혼은 하지 않은 채 서로 사상적 동지로, 연인으로 동등한 관계를 이어갔다. 두 사람은 때로 제3자와도 사랑을 나누는 ‘폴리아모리’를 실천했다. 도서출판 길 제공

이진한(24·가명)씨도 독점적 관계로부터 벗어나길 원했다. “서로가 유일한 한 사람이라는 데서 오는 압박”을 연애할 때마다 그는 견디기 어려웠다. 관계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나 하나뿐이고, 나에게도 이 사람이 유일한 상대라고 생각하면 너무 부담스러웠어요. 상대에게 잘 보이기 위해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은 돈을 쓴다든가, 상대를 옭아매려는 강박을 갖게 되잖아요.” 지금의 파트너를 만나면서 진한씨는 ‘다른 관계’를 모색하게 됐다. ‘폴리아모리’(다자간 사랑·Polyamory)다.


“두 사람을 동시에 사귈 생각은 없니.” 그날부터 진한씨에게도, 파트너에게도 첫 ‘열린 연애’가 시작됐다.


‘많음’을 뜻하는 그리스어 ‘폴리’(poly)와 ‘사랑’을 뜻하는 라틴어 ‘아모르’(amor)의 합성어인 폴리아모리는 서로를 독점하지 않는 다자간의 사랑을 가리킨다. 파트너와의 합의가 전제된다는 점에서 ‘양다리’나 ‘스와핑’과는 관계의 양상이 전혀 다르다. 동의 없는 폴리아모리는 성립되지 않으며, 어떤 개인도 관계에서 일방적으로 우위나 독점을 주장할 수 없다. 일부다처제·일처다부제 등 복혼제를 뜻하는 폴리가미(Polygamy·일부일처제에 반하는 모든 형태의 혼인)가 종교적 또는 역사적 전통에 의해 규범화된 결혼제도라면, 일부일처제라는 기존 규범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계를 여는 폴리아모리는 현대적인 문화의 소산에 가깝다.

진한씨가 파트너와 폴리아모리에 합의한 것은 3개월 전의 일이다. 오랫동안 지켜봐온 친구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고백하자 친구는 진한씨 말고도 한 사람을 더 좋아하고 있어 교제를 결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포기하는 대신 그는 친구에게 제안했다. “두 사람을 동시에 사귈 생각은 없니.” 그날부터 진한씨에게도, 파트너에게도 첫 ‘열린 연애’가 시작됐다.

두 사람 모두 아직 다른 사람과 정식 교제를 시작하지 않았다. 이들에게 ‘제3의 사랑’은 아직까진 가능태일 뿐이다. 진한씨는 말했다. “다자간 사랑은 문어발식 연애라기보다, 꼭 1명만 사랑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난 상태라고 할 수 있어요. 여럿을 사랑한다고 해서 문학작품에 나오는 사랑보다 덜 치열하거나 덜 희생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에요. 다만 서로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는 거죠.”

이 커플처럼 아직 가능태에 머물고 있는 경우를 비롯해, 폴리아모리엔 다양한 그림들이 있다. 2008년 개봉 당시 한국 사회에 ‘폴리가미’라는 화두를 처음 던진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는 한 사람을 중심으로 2명 이상의 파트너가 각각 결합하는 관계를 다뤘다. 흔히 떠올리는 폴리아모리의 형태로, ‘비’(Vee)라고 불린다.


트라이어즈, 트라이앵글, 폴리피델리티…

어떤 폴리아모리는 더 유기적으로 결합한다. 3명의 파트너가 느슨한 관계를 맺고 있는 ‘트라이어즈’(Triads), 3명의 파트너가 서로 그물처럼 얽혀 있는 ‘트라이앵글’(Triangle)이다. 역시 2008년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라는 우스꽝스러운 제목으로 개봉한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비키, 크리스티나 그리고 바르셀로나>에선 여주인공 스칼릿 조핸슨이 스페인 남자 하비에르 바르뎀, 그의 전처 페넬로페 크루스와 모두 사랑에 빠져 기묘한 동거를 이어간다. 3명 이상이 가정을 꾸려 공동생활 속에 여러 형태의 사랑을 나누는 ‘폴리피델리티’(Polyfidelity)에 가깝다.

양태는 달라도 공통된 기반은 있다. ‘모노아모리’(Monoamory·독점적 연애)와 ‘모노가미’(Monogamy·일부일처제)에 대한 불신이다. 결혼제도에 대한 젊은 세대의 회의감이 열린 관계, 개방적 연애에 대한 탐색으로 이어진다. 이진한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부모님들이 싸울 때 ‘아이들 키울 때까지만 살자’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저도 제 친구들도, 부모님이 싸우는 걸 볼 때 결혼이라는 제도가 쓸모없어 보일 때가 많았어요. 꼭 그 때문만은 아니지만, 그런 모습을 보면서 어릴 때부터 필요 이상으로 종속된 관계를 배척하게 된 면도 있지 않았을까….”

“전에 사귀던 사람을 그리워하면서 새 연인을 만난다든가, 연인이 있는데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몰래 지속한다든가, 그런 모습들이 비겁하다고 느껴졌어요.” 다양한 이들과 폴리아모리를 나눠온 이다솜(25)씨는 일대일의 관계에 염증이 난다고 했다. 관습에 따른 관계 뒤에 숨겨진 위선보다, 솔직한 감정에 충실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일부일처제는 근대의 유산이기도 하죠. 사유재산과 상속을 가능케 하는 하나의 장치로서요. 제 경우에 폴리아모리는 그에 대한 저항이기도 하고요. 위선적인 일부일처제를 탈피한 과도기적 삶의 방편이라고 해야 하나요.”

심리학자, 인류학자, 생물학자들은 모두 입을 모아 일부일처제가 인류의 ‘본성’이 아니라고 말한다. 생물학적으로 따져보면 인류의 가장 가까운 계통에 속하는 아프리카 침팬지들은 다수의 수컷과 다수의 암컷이 뒤섞여 거대한 무리를 이루며 살아간다. 인류학적으로 따져봐도, 일부일처제는 전세계의 일부 지역에서만 법으로 강제하고 있다. 1967년 인류학자 조지 머독은 저서 <사회구조>에서 949개 사회를 조사한 뒤 다음과 같이 결론 내렸다. “과반수가 폴리가미 형태의 삶을 살고 있다. 16%의 사회만이 일부일처제를 법으로 지정했다.”


일부일처제가 없으면 일부일처로 살았을까

일부일처제는 근대적 기획의 산물이다.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부르주아 남성들이 그들 계급의 도덕적 우월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일부일처제를 내세웠다”고 지적했다. 근대 이전의 사랑은 정절을 내세운 일대일의 관계보단 ‘열정적 사랑’이었다. 결혼을 하고도 부부관계에서 벗어난 로맨스의 공간이 허락됐다. 근대 이후 일부일처제는 남자와 여자가 만나, 배타적인 정신적·육체적 관계를 맺는 폐쇄적 형태로 완성된다. 프리드리히 엥겔스 역시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에서 일부일처제는 사유재산의 탄생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남성이 여성의 성을 통제하면서 자신의 재산을 물려줄 상속자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고안됐다는 것이다.

영국의 정신분석가 애덤 필립스는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만약 일부일처제를 몰랐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절대로 일부일처 관계를 맺지 않았을 것이다.” 본성을 거스른 일부일처제와 독점적 관계의 맹점은 ‘불륜’으로 귀결되곤 한다. 킨제이보고서에 따르면 60% 넘는 남성과 여성이 결혼 뒤에도 파트너가 아닌 다른 사람과 애정 행각을 나눈다.

최근 몇 년 새 다자간 사랑을 다룬 영화, 드라마, 소설 등의 콘텐츠가 늘고 있다.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는 한 미국인 여성과 스페인 부부의 폴리아모리를 그렸다. 씨네21
최근 몇 년 새 다자간 사랑을 다룬 영화, 드라마, 소설 등의 콘텐츠가 늘고 있다.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는 한 미국인 여성과 스페인 부부의 폴리아모리를 그렸다. 씨네21

그런 의미에서 또 다른 다자사랑주의자 김예나(28)씨도 독점적 관계는 위선이라고 생각한다. “자기는 바람피우고 다니면서, 내가 누군가를 만나면 노발대발하는 애인이 역겨웠어요.” 일대일 관계를 맺을 때 예나씨는 항상 불안했다. “다른 사람에게 애인을 뺏길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연애 도중에도 전혀 행복하지 않았어요. 애인의 SNS를 하루 종일 들락날락하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그런 과정이 “자기파괴적”이라고 했다. 폴리아모리를 택하고 나서 “사랑을 위협하는 것은 연적이 아니라 자신의 세계를 강요하는 이기주의”임을 알게 됐다.

일부일처제의 기획이 완성된 사회에서는, ‘남녀의 사랑’ ‘결혼 밖의 사랑’ ‘일대일의 관계가 아닌 사랑’은 모두 정상 범주 밖으로 밀려난다. 다자사랑주의자들은 모노가미 옹호자들이 정한 사랑의 규정에 반기를 든다. 이들은 스스로의 사랑을 ‘실험’이라고 명명한다. 대학원생인 한지은(26)씨 커플에게 지난 6년간의 열애는 새로운 관계를 향한 실험이었다.

지은씨가 첫눈에 반한 파트너는 학교 선배였다. 그는 신입생인 지은씨에게 “모노가미는 마초성을 극대화한다”고 이야기했다. 일대일의 배타적 연애는 통제와 구속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배운 남성’이라도 “내 여자를 지키고, 빼앗길 수 없다”는 마초적 결론에 이르게 된다. 지은씨도 파트너의 생각에 동의한다. “나 말고 다른 남자는 다 늑대야. 그러니까 나만 믿어. 그게 대체 무슨 소리죠?” 지은씨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다.

지인들은 처음에 지은씨의 연애를 이해하지 못했다. 걱정과 비난이 교차했다. 파트너에게 다른 사람이 생겼을 땐 “너네 헤어질 때 됐나보다” “바람이네” “오래가겠나” 같은 말들이 들려왔다.


“욕심을 버리고 상대를 그대로 인정하는 사랑”

그러나 지은씨 커플처럼 잘 ‘조직’된 폴리아모리는 방종이나 단기적 쾌락과 거리가 멀다. 지은씨는 선배에게 반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폴리아모리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완전한 옹호자다. “이 사랑이야말로 욕심을 버린 사랑이에요.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서로 규칙이나 합의를 통해서 끊임없이 온전한 스스로가 되려고 노력하거든요.” 지은씨와 파트너는 때로 상대의 연인과 친밀한 관계를 맺기도 한다. 셋이 함께 밥을 먹고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낸 적도 많다.


합류적 사랑은 헌신을 요구하며 상대방을 압박하기보다는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며, 관계 내에서 지배하고 지배당하기보다는 상호성을 이룬다.”
-앤서니 기든스, <현대사회의 성, 사랑, 에로티시즘>


함께하는 사랑이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다. 교제를 시작하고 1년6개월쯤 지나, 파트너에게 새로운 사랑이 생겼을 때 지은씨는 마음을 다독이기 위해 애써야 했다. 말뿐인 폴리아모리로부터 벗어난 순간,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마음을 단단히 먹었죠.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우리 관계가 결정된다 싶어서 되게 긴장했어요.” 각오한 대로 되진 않았다. 연인의 새로운 사랑이 누군지 알아내기 위해 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샅샅이 뒤졌다. 새로운 상대가 자신도 알던 사람임을 알았을 때는 배신감에 눈물을 쏟았다.

다자간 사랑을 지향하는 이들에게도, 질투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영영 사라지게 할 순 없지만, ‘셋’이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지은씨는 질투를 다스릴 수 있게 됐다. “새로운 사람이 생긴다고 해도, 우리 두 사람의 관계는 여전히 변하지 않는다는 신뢰를 갖게 된 것 같아요. 그런 믿음이 질투를 눌러주고, 희석시키고요.”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는 저서 <현대사회의 성, 사랑, 에로티시즘>에서 이같은 형태의 사랑을 ‘합류적(confluent) 사랑’이라고 이름 붙였다. 마치 물의 지류가 서로의 물길을 이어오며 합쳐지듯 만나는 사랑이라는 의미로, 서로 다른 정체성을 인정하고 사랑의 유대를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정체성을 이뤄가는 관계다. “합류적 사랑은 헌신을 요구하며 상대방을 압박하기보다는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며, 관계 내에서 지배하고 지배당하기보다는 상호성을 이룬다.” 무엇보다 상대방과 하나가 되려는 불가능한 욕망을 내려놓고, 상대방의 안녕과 성장에 관심을 쏟으면서도 그를 그냥 내버려두는 초연함이 요구된다. 독점적 연애에서는 특별한 ‘누군가’가 중요하지만 합류적 사랑에서는 신뢰와 합의로 쌓아올린 ‘관계’의 특별함이 더 중요하다.


첫 번째, 규칙을 정하고 이를 지켜라

각자가 동등하게 서지 못한 관계에선 ‘합류’하기 어렵다. 미누(25·닉네임)씨는 짝사랑하던 사람과의 관계를 위해 폴리아모리에 동참했다. 상대에겐 이미 연인이 있었다. 억지로 세 사람의 관계에 참여한 상대방의 연인은 자주 화를 내고 폭력적으로 감정을 분출했다. 세 사람의 다자연애는 좋게 끝맺지 못했다. 그래도 미누씨는 여전히 폴리아모리를 꿈꾼다.

“그 뒤에 다시 독점적 연애를 했는데, 혼자 시간을 보내거나 친구들과 만나고 있을 때도 사귀는 사람이 자꾸 상황을 통제하려 했어요. 자유가 침범되는 느낌이었어요. 폴리아모리를 할 때는 두 사람의 자유가 부딪쳤지만, 모노가미에선 자유가 부딪치는 게 아니라 침해당하고 빼앗기는 느낌이었어요. 자유를 빼앗기는 것보단 부딪치는 게 차악이라고 생각해요.”

폴리아모리를 성공적으로 이어나가려면 합의와 노력이 필수적이다. 여러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서 그저 마음 내키는 대로 움직이는 사랑이 아니다. 인터뷰에 응한 이들은 모두 폴리아모리를 통해 얻은 긍정적 감정으로 ‘탄탄한 신뢰관계’를 꼽았다.

한지은씨는 다자간 사랑을 유지하려면 모든 걸 나누고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섹스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는 사실도 자연스럽게 설명하는 거지요. 욕망이 금기가 되면, 솔직해지지 못하고 서로를 믿지 못하게 돼요. 그러면 트러블이 생기게 되죠.” 원초적 욕망을 설명하는 일이 처음엔 불안하지만 반복적인 대화를 통해 깊은 신뢰를 만들어낸다고 했다.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에게도 ‘정직’은 관계를 묶는 가장 중요한 끈이었다. 이들은 편지를 통해 끝없이 서로의 욕망과 관계에 대해 털어놓았다.

이다솜씨는 규칙을 정하고 이를 지키는 것이 첫 번째라고 말했다. 자유롭기 위해 폴리아모리를 선택하고, 규칙으로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언뜻 모순적으로 들린다. “자신의 욕망도 욕망이지만, 파트너들 사이의 관계도 고려해야 하잖아요. 원래 만나고 있던 상대방에게는 사전에 그 어떤 언질도 주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SNS에 다른 사람과의 연애 사실을 공개하고 ‘통보받게’ 하는 건 폴리아모리가 아니에요.” 모순을 넘어서고 자신의 인간적 한계를 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사랑이야말로 폴리아모리라니, 그동안 우린(모노아모리스트) 정말 사랑하긴 했을까.


강예슬 인턴기자 milkleft@naver.com·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 참고 문헌
<지성인의 결혼>, 한넬로레 슐라퍼, 문예중앙, 2012
<사랑은 없다>, 잉겔로레 에버펠트, 미래의창, 2010
<커플의 재발견>, 필리프 브르노, 에코리브르, 2003
<우리 사랑은 영원할까>, 하주영, 비글인디북스, 2012
〈내가 묻는 방식, 여성주의 저널 n〉, 성공회대 여성주의 저널 n[앤], 2008
<현대사회의 성, 사랑, 에로티시즘>, 앤서니 기든스, 새물결, 2001


폴리아모리와 모노아모리의 만남 
“어디냐” 물을 수 없는 연인

아직도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사귄 지 한 달도 안 된 어느 날이었다. “널 좋아해. 그런데 다른 사람도 좋아졌어. 너랑 그 애, 둘 다 만나면 안 될까?” 너무 놀라 눈물도 나지 않았다. ‘폴리아모리’(다자간 사랑 또는 다자연애), 그 애는 내게 그 단어를 처음 알려준 사람이었다.

나는 반강제로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그 애는 내가 다자연애 제안을 거절하면, 나를 포함한 두 사람 모두와 만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나는 혼자 남게 될 거야.” 그 말을 하며 그는 서럽게 울었다. 나는 연민에 휩싸였다. 그러나 이해하기 어려웠다. ‘공개적으로 바람을 피우겠다는 건가?’

유체 이탈된 ‘멘탈’을 간신히 부여잡고 다자연애의 룰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서로를 독점하지 않는 열린 관계, 각자의 다른 연애에 간섭하지 않기.” 그게 규칙이라고 했다. 단호한 표정으로 그 애는 내게 말했다. “나는 내 욕망에 충실하고 싶어. 그걸 네가 존중해줬으면 좋겠어.” 이해는 못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출발은 산뜻했다. 우리는 보통의 연인들처럼 시간을 보냈다. 마음이 일렁일 때면, 이성적으로 납득하기 위해 애썼다. ‘한 사람을 만나는 것보단 여러 사람과 열린 관계를 맺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일지 몰라.’ 속으로 수십 번 주문을 걸었다. 때로 그 사실을 잊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틈은 쉽게 생겼고 빠르게 벌어졌다.

어느 날 카페에서 차를 마시다 별 생각 없이 물었다. “내일은 뭐해?” “아, 나 K랑 종로에 새로 생긴 맛집 가기로 했어.” K는 그의 또 다른 연인이었다. 깜빡 잊고 있던 내 연애의 다른 한 축이 실체를 드러내자 내 허약한 사랑의 축은 통째로 흔들렸다. 데이트를 마친 뒤부터 그를 다시 만나기까지의 시간은 악몽이 됐다. 의지와 상관없이 내가 가진 모든 상상력이 극대화됐다.

늦어지는 답장 문자, 받지 않는 전화, 함께 있을 때 들었던 말 한마디. 사소한 재료들이 내 상상력을 만나 임성한 작가의 뺨을 후려칠 만한 드라마 대본을 완성시켰다. 상황과 상상력이 쌓아올린 불안 뒤에는 잔뜩 몸을 부풀린 분노와 자기연민이 꼬리를 물었다. 안 먹던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마음이 뒤엉켰다. 대안적 연애관이니, 진정한 인간의 본성이라느니, 그 애가 조곤조곤 설명했던 말도 다 ‘개소리’ 같았다. 따지고 싶었다. “이렇게 불행한데, 이런 연애가 어떻게 ‘본성’일 수 있냐”고.

참지 못하고 전화를 걸었다. 싸늘한 목소리가 돌아왔다. “이러지 말고 집에 가서 쉬어. 정신 있을 때 이야기하든가.” 그는 투정을 받아주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억울함과 서운함이 엉켜 눈물이 났다.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아내의 다자연애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술 마시고 깽판을 놓던 김주혁을 안아준 ‘폴리아모리스트’(다자연애주의자) 손예진은 판타지였다. 학교 앞 주점을 서성이다 비참한 마음으로 귀가했다.

관계는 빠르게 식었다. 만나지 않을 때는 연락하지 않았다. “어디냐”고 묻을 수도 없었다. “K랑 같이 있어.” 그 말을 들으면 일어날 분노와 슬픔, 그 모든 감정이 무서웠다. 우리는 지쳤고, 관계는 자연스럽게 끝났다. 한 친구는 나를 위로했다. “감당 못할 거면 애초에 시작을 말았어야 했어.” 맞는 말이었다. 나는 다자연애에 맞지 않는 인간이었고, 그걸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실수였다.

“주여,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 하게 해주시고,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체념할 줄 아는 용기를 주시며, 이 둘을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신학자 라인홀드 니부어의 말이다. 짧지만 쓰렸던 다자연애를 끝내고 나서, 나는 기도문에 문장 하나를 덧붙였다. “그리고 계약할 땐 언제나 계약 조건을 면밀히 살피고 이해하는 꼼꼼함을 갖게 하소서.”

어느 모노아리스트(독점연애자)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78122.html#csidx442c1644f40854886e06f064ecfc792 onebyone.gif?action_id=442c1644f40854886

  • 헤이슈가 2016.12.10 16:28
    포스트 68세대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있어서의 자유주의는 결국 극단적 성적 자본주의(이는 오해해서는 안될 것이, 금전을 매개로 했다는 이야기가 아닌, 타고난 성적 매력-외모, 몸매 등-에 의해서 관계의 형성(들)과 그 유지가 결정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양극화된다는 의미이다)를 불러왔고, 성적 매력이 없는 대상들은 번식 경쟁에서 도태 및 주변화되어 공동체에 불안정을 초래했죠. 농경사회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성적 결정권의 사회주의를 이뤄낸 일부일처제가 과연 흔들릴지, "특이점"이 도래하기 전까지는 시기상조로 봐요
  • Fomalhaut 2016.12.11 00:21

    음 그렇군요. 성적 결정권의 사회주의라, 독점이라는 표현 외에 그렇게 말할 수도 있는 것이군요 ㅎ

  • alder 2016.12.11 17:30
    진짜로 저게 가능한 사람도 있고, 허울 좋은 바람을 피려고 방어하는 것일 수도 있고... 저는 인터뷰한 사람들은 후자에 가까워 보여요. 애초에 '가능한 사람들'의 풀에서 자기네들끼리 알아서 노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데,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많은 사람들에겐 민폐에 얌체, 생떼로 보일 수밖에 없는 듯한데요. 거칠게 말하면 섹파를 여럿 두는 걸 공인받고 싶어하는 징징댐으로 보임.
  • Fomalhaut 2016.12.11 23:43
    그러게요. 저도 사르트르 정도 되면 뭐 저게 가능할 수도 있겠다 싶지만 힘들어하는 파트너를 설득한다는 것에서 이미 합리화의 기재로 개념을 사용하는 느낌이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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