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22 22:59

250 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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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hiphople.com/interview/23066176 에서 긁어왔습니다. 




LE: 어떻게 보면 댄스 음악의 본질을 알게 된 경험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그런 음악적 탐구 과정에서 뽕과 비슷한 결이 있다고 느꼈던 다른 나라의 장르 음악으로는 어떤 게 있었을까요?


 


드라마 <더 와이어(The Wire)>를 보는데 너무 멋있는 음악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OST를 검색해서 찾아낸 게 로드 리(Road Lee)의 “Dance My Pain Away”였어요. <더 와이어>를 보면 볼티모어라는 동네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나오거든요. 그전까지 저는 볼티모어가 어떤 곳인지 대충 알았지만, OST를 듣고서는 볼티모어의 댄스 음악이 이렇다는 사실에 굉장히 꽂혔어요. 이 동네에서 분노의 갱스터 힙합이 아니고, 댄스 음악이 파생된 게 정말 신선했거든요. 


 


또, 볼티모어 댄스 음악은 저지클럽(Jersey Club) 사운드와는 다르다고 느꼈어요. 저지클럽은 조금 더 파티 음악에 가깝고, 감성도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느낌이라고 하면요. 볼티모어 댄스 음악은 코드도 없고, 베이스라인도 없고, 베이스 대신 엄청 큰 사운드의 킥 드럼이 있거든요. 그리고 킥 드럼도 사람들이 춤을 추게끔 하는 친절한 느낌이 아니에요.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엇박의 킥이 계속 나와서 사람들을 점점 들끓게 만드는 요소가 있어요.


 


거기다 노래 가사는 또 ‘누가 나에게 청구서를 줬는데, 나 돈이 없어서 죽겠다’ 이런 내용을 담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볼티모어 댄스 음악에는 행복해서 춤을 추는 게 아니라 인생이 너무 안 좋고 힘드니까 춤을 춰서 빨리 나쁜 감정을 털어버리고 싶으니까, 가만히 있을 수 없으니까 춤을 추는 거구나’ 이런 느낌을 받게 되더라고요




제가 어느 지역에 가려고 지방분들이랑 같이 버스를 탈 일이 있었는데요. 그분들은 자기네 고향으로 가는 길이었고, 저는 그냥 얼떨결에 낑겨 가는 상황이었어요. 그냥 출발하기 전부터 바로 뽕짝을 틀고 이미 춤을 추고 놀기 시작하더라고요.


 


LE: 사운드가 좌우로 번갈아 가면서 들려오다가 클락션 소리가 삐 하고 들리는 구성도 재미있었는데요. 어쨌든 계속 고속버스를 연상케 하는데, 고속버스에서 뽕을 보신 적도 있으신가요?


 


있죠. 제가 그 모습을 봤을 때 법적으로는 금지였는데, 암암리에 그냥 커튼 쳐놓고 했었던 거 같아요. 제가 어느 지역에 가려고 지방분들이랑 같이 버스를 탈 일이 있었는데요. 그분들은 자기네 고향으로 가는 길이었고, 저는 그냥 얼떨결에 낑겨 가는 상황이었어요. 그냥 출발하기 전부터 바로 뽕짝을 틀고 이미 춤을 추고 놀기 시작하더라고요.


 


그걸 보고서는 그다음 주인가 다다음 주가 아마 <글로벌 게더링(Global Gathering)>이라는 패스티벌이었을 거예요. 그 모습을 보고 <글로벌 게더링>을 보는데 똑같다 싶더라고요. <글로벌 게더링>에서는 백인들이 와서 위스키를 마시고 춤을 추지만 결국은 같은 거거든요. 페스티벌이 열리는 주변에 사는 인근 주민인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그냥 왔다 갔다 하시는데, 사실은 다르지 않은 거예요.


 


시골에 가서 어디 스피커를 설치해 놓고 트랜스를 틀어놓으면 아마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나와서 춤을 추실 거예요. 그 점에서 대단히 나누어져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근본적으로 BPM 120이 넘는 빠른 소리에 킥이 쾅 쾅 쾅 대면 뭘 해야 하는지 우리는 다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거죠. 근데 만약에 그게 160을 넘어버린다? 그럼 사람은 할 수 있는 게 없어지죠. 심지어 출 수 있는 춤도 몇 개 없죠. 아마 아프리카 가서 뽕짝을 틀어도 사람들이 우리나라 아줌마, 할머니들이랑 똑같이 춤을 출 거예요.




LE: 양인자 선생님, 오승원 씨를 포함해 앞서 언급한 참여진분들이 전부 한국 음악의 OG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분들을 실제로 만나 뵈면서 음악적 가치관 측면에서 변한 지점이 있는지 싶어요.


 


태도를 배웠어요. 이 앨범이 만드는 저도 되게 엉뚱한 앨범이었는데, 그분들 입장에서는 더했을 거예요. 이중산 선생님한테 노래를 들려드렸을 때는 이미 나운도 선생님이 부른 버전이 있는 상태였고. 그분이 뽕짝 트로트 가수 나운도가 노래를 부르는 곡에 기타를 친다는 건 사실 일어날 수가 없는 일이거든요. 접점이 너무 없으니까요.


 


근데 그런 상황에서도 ‘너가 뭘 하려는지 내가 아는 건 아니지만, 새로운 일이고 뭔가 그래도 재밌는 걸 하려고 하는구나’ 그런 태도로 임해 주시는 것, 그런 부분들이 되게 멋있었어요. 나운도 선생님도 완성된 곡을 들려드렸을 때, “남들이 안 하는 걸 하려고 하시는군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자기는 할 수 없는 음악이라고 하신 적도 있는데요. 한번은 택시를 타고서 나운도 선생님이 일하시는 콜라텍으로 이동하면서 장은숙 씨의 “춤을 추어요”라는 노래를 아시냐고 했더니 “아 장은숙 씨 노래요?”라고 하시더라고요. 그거 한번 불러주실 수 있느냐고 여쭸더니 알겠다고 하고 도착해서 악기를 딱딱 켠 다음에 리허설도 안 하고 바로 그냥 불러버리더라고요. 그분은 맨날 하시는 거니까 연습도 안 하는 거예요. 머릿속에 이미 그 노래가 다 있는 거죠. 


 


근데 그분은 그때 자기가 한 노래가 그렇게 만들어질 거라고 아예 생각하지도 못했을 거 아니에요. 나중에 블루스 록 스타일로 “춤을 추어요”을 만들어서 들고 갔는데, 이게 정통 블루스 록도 아니고 하니까 그분 입장에서 ‘이건 무슨 음악이네’ 하면서 사이즈가 나올 리 없거든요. 애초에 저도 무슨 음악인지 모르는 음악이었고요. 그런 음악을 되게 열린 마음을 갖고 들어주시는 거. 다 듣고 나서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네요. 이건 제가 못 하는 음악이네요.” 그러면서 그냥 좋아해 주시는 게 너무 멋있더라고요.


 


그러니까 그분들은 제가 걱정했던 거랑 달랐어요. 그분들도 마찬가지로 소리로서 듣고 있던 거죠. 나운도 씨를 딱 만나뵈고 느낀 게 소리에 대한 어떤 고집이 있는 분이라는 거였죠. 그래서 여전히 악기도 막 다 바꾸고 계시더라고요. 최근에 제가 완성된 음악을 들려드리러 만나뵀을 때도 더 좋은 사운드를 위해서 얼마 전에 악기를 싹 다 바꿔버리셨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글로벌 게더링>과 뽕짝 버스 사이에서 느꼈던 것과 똑같은 거죠. ‘본질은 그냥 똑같구나. 소리구나.’


 


 
















https://flic.kr/p/2o7iwZa


https://flic.kr/p/2o7ggM1 


얼마 전에 조계사를 다녀왔습니다. 불상이 졸라 큽니다. 절 올리는 분들도 졸라 경건합니다. 아마도 인도인으로 추정되는 이마에 점 찍은 분들도 계셨습니다. 공사 중이었는데 일하시는 분들 중에 피부색 다른 분들도 인도 사람이 아니지 않나 싶었습니다. 여러모로 보기 드문 광경이 많아 좀 벙쪘습니다. 여튼 저도 자세에 마음을 담는 노력을 해보면서 처음으로 불상에 절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자주 생각이 났습니다. 도심 한복판에서 인공으로 만든 표주박과 인공으로 퍼올리는 물을 향해 기도를 올리는 저 아저씨의 마음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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