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그건 현실이 수준이 낮거나 해서의 문제가 아니라 이상은 이상적인 가정하에서만 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적인 가정을 일방적으로 적용할 수 없는 현실에서 물리학 교과서에 나온 이론만으로 세상의 자연현상이 100% 깔끔하게 설명되지 않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론을 배우고 이상을 추구하는 것은 그것이 현실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고 방향성을 제시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상적인 이론은 그 자체가 품고 있는 핵심 메세지가 중요한 것이지 그 명제 자체를 전가의 보도로 삼아 멋대로 이용하라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김일성 만세같은 표현이 뭐 그리 대수냐 싶다 그러든 말든 별로 신경쓸 일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러나 그 사회의 감성이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몇몇 반대 대자보가 정확하게 맥을 짚었는데 반대로 얘기하면 '전두환 만세', '천황 폐하 만세', '조두순 멋쟁이' 이런 말들이 표현의 자유라는 맥락하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라 생각되나? (허지웅이는 좋아하겠지만) 프랑스 파리 한복판에서 IS 만세 그랬다간 맞아 뒤질 걸? 현재 시대의 표현의 자유는 사실 파워게임에서 상대적으로 약자층, 마이너라는 이유만으로 기득권 층을 조롱하기 위한 논리로 사용되고 있는데, 반례만 생각해봐도 표현의 자유라는 말을 그렇게 남용하는 것은 다수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는 점이 잘 드러난다.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개인의 가치관과 무방하게 왠만한 사람들이 다 동의할 수 있는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그럼 그 중요성에 촛점을 두고 차분하게 의견을 제기하면 되는데 너무도 불필요하게 날선 예시를 써가며 특정 집단을 공격하려는 의도가 다분한 표현을 강조해버리면 본래의 핵심 메세지가 되려 묻혀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메세지는 예시가 적절한가 아닌가의 지엽적인 문제로 흘러가버린다 (자칭 진보라는 인간들의 전형적인 문제점. 문제의 본질에는 관심없고 오로지 귀에 거슬리는 작은 흠결을 따지기 위해 명제를 파고 드는데 온갖 시간과 노력을 허비함). 결국 헛심만 쓰게 되는 쓸데없는 말싸움만 이어질 뿐이다.
일베가 바로 이 '표현의 자유'를 바탕으로 온갖 패악질을 서슴치 않게 저지르고 있는 것을 보고서도 여전히 자칭 진보들이 표현의 자유 운운하는 것은 마이너가 메이저를 공격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믿음 때문이다. 과거 군부 독재 시절과 같이 선/악으로 세상을 구분지을 수 있을 때는 이러한 주장도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현재는 위장 취업하며 열심히 노동운동 하다가 고문도 당하고 그랬던 김문수가 서강대 학생들에게 자랑스럽지 않냐고 질문을 던지는 시대이다. 이렇게 이미 충분히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하에 개드립이 난무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표현의 자유 운운하는 것은 결국 표현의 자유 그 자체가 문제라기 보다는 우리 마이너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 달라는 요구라고 보는데, 이번 정권이 확실히 7-80년대 냄새가 짙게 나기 때문에 일정 정도 그런 주장이 가능한 상황이긴 하지만 그걸 '표현의 자유'라는 것을 갖고 와서 제기할 문제는 아닌 거 같다.
얼마 전에 이윤석이 tv조선에 나와서 야당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자기 견해를 자유롭게 밝힌 적이 있는데 야권 지지자라는 사람들이 (이재명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나?) 실망이네 쓰레기네 욕도 하고 아주 가관이더라. 몇마디 말로 인격말살을 해버리는 사람들이 표현의 자유를 운운하는 현실이 너무도 코메디라고 본다. 깨시민들의 그런 감찰하는 자세가 일베의 탄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나. 부디 되도 안한 표현의 자유 끌고 와서 자기들한테만 유리하게 선택 적용하려는 뻘짓하지말고 그나마 괜찮은 인물 찾아서 다음 정권은 그래도 상대적으로 말 통하는 사람을 리더로 앉히려는 노력을 차분히 하는 것이 그들 본래의 목적에 잘 부합하는 유의미한 행동이며 그들에게도 훨씬 더 이롭지 않을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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