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체적으로 멍청하다. 항상 답이 분명한 시험일수록 약했다. IQ 81은 제법 정확한 수치다. 대학생활 내내 대부분의 시간을 도서관에서 보냈는데, 읽었던 책과 작가의 이름은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남들이 한번 보고 이해하는 문장을 나는 3번은 더 보고 나서야 삼켰다. 아마도 그런 멍청함 탓에 대학도 늦게 들어왔을 것이다.
시험 하나를 보았다. 영화와 사회과학 이론, 문학에 관한 시험이었다. 대학교 새내기 시절부터 2관 6층의 오래된 연속간행물을 들췄고, 지식사회학을 2년을 넘게 배우며, 문학평론만 미련하게 읽었는데 대부분의 답을 쓰지 못했다. 그건 마치 그 사람의 사소한 취향과 표정은 모두 기억하는데, 정작 이름과 나이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 과 같았다. 텅빈 시험지를 들여다보면서 계속 헛웃음을 지었다. 그 사람들의 이름은 기억나지 않고 그들의 단호한 표정과 쓸데없는 문장만 떠오르다니. 엉뚱했다. 그것은 답이 될 수 없다.
시간이 지나 서른에 가까운 나이가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멍청하다. 경험은 늘어 기억은 머리가 아플만큼 가득한데 대부분 재활용도 하지 못할 낡은 소품같다. 아마도 고물상 아르바이트나, 먼지를 닦는 청소부가 나의 수준에 맞을 것이다. 뭐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소하고 쓸모없는 기억으로 가득찬 시간이 매섭고, 나는 점점 간결하게 멍청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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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이 오지선다형 객관식이거나 단답형 주관식이었나 보네요.
난 반대로 서점이나 레코드샵에서 재고정리나 온라인디비 정리하는 점원직이 딱 맞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용은 잘 모르면서 제목만 주절주절 외는 빈 깡통이 나여서. 살아오며 내가 안 멍청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