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09 00:34

14.03.09

i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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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무너지는 것에 대해서 준비가 되어있나?

그는 언제나 불안했다. 이 삶 이 순간 그리고 내일 혹은 몇 년뒤라도

이 무너질 것 같은 삶이 불안 했다.

모래성 쌓듯이 모래를 쌓고 바람이 불고 모래를 쌓고 파도가 밀려오는

그런 삶 속에 모래를 쌓을 힘이 없어질 때 모든 것이 무너질 것이 두려웠다.

 

그런 불안을 가지고 산다는 것은 매일 피곤한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였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받아들이면서 사는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점심에 간단히 밥을 먹고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여러 옷을 꺼내고 던지고 베이지코트를 입었다가 몇 일전 유니클로에서 산

검은 자켓을 입어보기도 했다. 그렇게 입어보면서 거울을 보며

눈 밑의 작은 골과 생기가 없어 보이는 피부 그리고 건조한 입술을 보며

한숨을 지었다. 뿔테 안경과 가느다란 메탈 안경 중 무엇을 쓸지

바지는 청바지와 스판 소재가 들어간 검은 면바지를 입을까 고민을 했다.

그러다가 간단히 빈폴에서 산 빨간 아웃도어 점퍼를 입고 나갈까 생각을 했지만

생각을 다시 고쳐 그레이 니트와 투버튼 자켓을 입고 청바지를 입었다.

그리고 그 위에 진청색의 쪼끼를 입었다. 다시 한번 거울을 확인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자신의 모습이 자신의 작은 눈과 커다란 얼굴과 콧구멍이 보이는

코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여기서 더 시간을 지체 할 수 없어 이런 것들을 들고 신발을 신고 나왔다.

 

그는 5개월 전에 헤어진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꽃샘 추위가 오기 전 봄이 시작 한 날에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영화 보러 가자라고 말이다. 사실 이 문자는 너무나도 순식간에 그리고 충동적으로

일어난 일이였다. 정말 봄 기운이 몸에 스며들어 연락을 하고 말았다.

객관적인 사고를 담당하는 아이가 말하길

만난다고 해도 너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잖아. 너의 환경은 그대로고

너 또한 그 때와 같잖아. 그녀 역시 그럴 것이고라고 말했다.

실수야 나도 모르게 보냈어라고 대답했지만

정말 따스한 햇살과 나른한 오후의 기운 때문인지 걱정과 후회 보다는 따듯함이 내 사고와

몸을 어루만져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 그래라는 답장이 왔고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그녀에게 언제 만날까 라는 문자를 보내고

답장이 없어 그 날 오후 10시에 연락을 했지만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 순간 그는 이모를 생각했다. 그의 이모는 일주일에 몇 번씩 카카오톡으로

하나님의 관한 이야기 그리고 흔한 아름다운 글, 영상, 그림, 사진 같은 것을 보내고는 했는데

그는 그것을 확인도 하지 않고 무시를 했다. 그러다 몇 일 혹은 몇 주가 지나

안부를 묻거나 안부를 묻는 척 하면서 다른 소식들을 물어봤는데

그 순간 자신의 그런 행동들이 생각났다. 그는 생각했다.

내가 피곤하게 만드나? 성가신 사람인가?’


그는 잠자리에 누워 자신이 그렇게 초라한 존재인지 스스로 묻고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되돌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이렇게 초라하게 만든 행동들에 대해서 생각했다.

초라해 보일 수 있지만 초라한 행동을 통해서 자신의 초라함을 되돌아 보는 행위가

얼마나 짜증나고 피곤한 일인지 그리고 그 초라함을 무시하고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 무관심으로 일관 하는 자신 또한 다시 한번 확인하는 일

또한 비참하기 그지 없다. 또 그 비참함을 메꾸기 위한 행동 또한 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고, 그것들을 차례대로 확인 하는 일은 그다지 유익한 시간이라고 말하기는

너무 피곤한 시간들이였다.


성철 스님이나 혹은 여러 사람들은 네 자신을 알라라고 말하는데

그리고 자신을 알기 위해 하는 행위들을 좋게 말하고는 하는데

그는 이제 그 자신에 대한 성향과 성격 그리고 그 성격으로 인한 가능성의 크기를

자신에게 묻는 것에 지쳤다. 자신이 어떤식으로 사고를 하는지 자신의 트라우마가

어떤 것인지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스스로 어떤 환상을 꿈 꾸는지

성욕은 어느 정도 되는지 사람과의 관계에서 무엇을 중요시 여기는지

사람을 평가 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등 그런 것들을 판단하고 생각하는 것이

이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느꼈다.

단지 자신의 자산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뻔히 보였고

그가 매달 버는 월급으로 할 수 있는 일 또한 뻔히 보였다.

총 자산으로 1000만원 상당의 소형차도 살 수도 없었고

월급으로 100만원 저축 하기도 힘들었다. 보증금 700만에 월세 20만 짜리 반지하에서

버티듯 무너지는 모래성을 쌓듯 살아간다고 느꼈다.

좁디 좁아 주차 조차 하기 힘든 좁은 골목길이 서로 이어져 있는 주택가 반지하에는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그는 그렇게 5년 동안 생활 하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쯤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또한 모른다.

그렇게 자신의 모든 것과 환경들을 확인을 했다.

바람이 불고 파도가 거세지면 무너질 것들을 다시 확인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그는 알람이 울리고 오디오에서 음악 소리가 크게 들렸을 때 일어났다.

냉장고를 열어 우유를 꺼내고 씨리얼을 챙겼다.

어금니쪽으로 씹지 않게 조심스럽게 먹고는 씻고 어제 입었던 옷을

똑같이 입었다. 나가기 전 책장에 있는 포르노그라피아를 꺼내들었다.

그는 어제 빈폴 아웃도어 점퍼와 청바지, 그리고

그레이 색상의 니트를 입고 있었다. 그가 일어나고 문을 열기 까지 걸린 시간은

15분이다. 그는 문 앞에 나오면 무의식적으로 버스 정류장까지 뛴다.

그리고 같은 버스를 타는 익숙한 몇 몇 사람을 확인했다.

그 중에 키 165에 마른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김연아와 인상이 비슷한 여자가 있는데

그녀가 오늘은 무엇을 입고 무엇을 신고 나왔는지 확인한다.

그녀는 매번 볼 때 마다 새로운 옷과 신발을 신고 있었는데 그녀는 그런 모습에 만족하듯

자신감 넘쳐보였다.

 

 

버스 안에는 무라카미 하루키 신작 광고가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하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알 것이라고 혹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를 알고 소설 한 편 쯤은 읽어 봤을거라 생각할지도 모르나

대부분의 사람은 하루키를 모르며 하루키 소설을 읽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면

깜짝 놀랄지도 모르겠다. 그 또한 놀랐으니 말이다.

그가 몇 년전에 pc방에서 알바 했을 때 이십대 고객

20명에게 물어봤지만 한 사람만이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한 사람 또한

작품은 읽지 않았다. 그는 그 때의 일을 생각하며

세상은 정말 크고 정말 다양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면서 그는 재미있는 소설은 없나 생각했다. 진지하면서도 중간 중간 웃기는

그런 소설이 있나 생각해 봤지만 생각나지 않았다. 분명 많은 작품들이 있었을 것

같지만 말이다. 마치 목사가 설교 시간에 하는 농담과 비슷 한 경우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출근을 하고 일하는 도중 오전 10시에 문자가 왔다. ‘주말에 시간 돼라고 말이다.

그 문자를 본 순간 그는 생각했다.

어제 그녀에게 문자를 보낸 것이 이번 달에 한 행동 중에 가장 큰 실수라고 생각했다.

그녀와 영화를 보는 것이 이렇게 피곤 한 일이였나 과거를 떠올리지만

피곤 했었던 것 같다라는 감만 남았을 뿐이다.

 

점심을 먹고 1230분이 되자 일을 시작한다.

그의 직업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깍고 뚫는다. 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공장에서 철, 알류미늄 , 합성수지 등 여러 소재를 깍고 뚫는다.

기계를 이용해 드릴로 구멍을 내고 탭으로 나사를 내고 카터로 면을 깍는다.

이것이 그가 하는 일이다. 깍고 뚫고 탭 내고 그렇게 단순한 일을 한다.

어떤 날은 하루에 몇 백 개의 물건을 뚫고 탭을 내고

숙련도가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야 할 때면 한 개의 물건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날도 있다.

그렇게 매일 일을 한다. 똑같은 일을 할 때에는 여러 생각들을 한다.

자신이 나중에 공장을 차리는 상상을 하기도 하고

안경을 직접 제작해서 판매하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안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기계가 필요하고 가공하기 위해 어떤 공구와

지그가 필요한지 그리고 그 지그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간단하고 효율적인지 생각한다.

안경을 만드는 일, 뿔테 안경을 만드는 일은 정말 쉽다.

기계를 설정하고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1분이면 충분히 안경테 가공이 끝난다.

물론 그가 말하는 가공이란 완벽히 조립된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프레임 자체를 만들어 내는 시간을 말하는 것이다.

만드는 건 어렵지 않다. 다만 그 전에 디자인을 하고 선택하는 문제가 어렵다고 그는 생각한다.

 

 

그 때 그보다 한 살 어린 관리팀 막내가 내려와서 그에게 물었다.

오늘 야근 누가 해요?“

나 혼자 하는데

아하 알았어요 형 그런데 여자 소개 받을래요?”

갑자기 왠 여자 괜찮아 다른 놈 소개 시켜줘

에이 왜 괜찮은 여자인데 성격 좋아 얼굴도 귀여워

그 때 옆에 있던 직장 동료가 말했다

야 너 저번에 말한 그 여자 아니야 너가 먹었다는

에이 아니야 키스 밖에 안했어 그리고 그 때는 서로 술을 너무 많이 먹었어

야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런 애를 소개 시켜줄 생각을 하냐

아 정말 그건 사고고 정말 괜찮은 애야 몸매도 죽여

야 몸매는 어떻게 알어? 벗겨봤냐?”

아 딱 보면 답 나오지 왜 그래 정말 실수로 키스 한번 밖에 안했다니깐

야 그럼 나 소개 시켜줘

 

그는 말했다

그래 얘 소개 시켜줘

에이 이 형은 안돼. 형 소개 받아 괜찮아 괜찮아

그는 말했다. “난 괜찮아 여자 별 생각 없어

 

그녀와 헤어지기 전에 푸켓을 다녀왔다. 매일 비가 왔고 매일 오전 도로에는 물이 무릎까지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돌아가기 전날 밤 기다렸다는 듯이 미친 듯이 서로 싸웠다.

그녀는 너는 이런데 오면 안돼 그냥 집에만 있어 이런데 돈 쓸 여유 없잖아. 라고 말했다.

그는 그 때 상황과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과 이미지를 다시 한번 확인한다.

그리고는 그는 잘 거절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그는 여자를 소개 받을 정도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스스로 자위했다.

그녀는 싸울 때면 품고 있던 이야기를 그에게 한다. 그는 그 말에 상처를 받았음에도

그 말들이 틀린 말이 아니기에

스스로에게 변명을 하지 않았다.

현실을 알고 있음에도 매일 현실을 회피했던 자신의 모습을 생각했다.

매일 풀리지 않는 문제를 풀기 위해 고민을 했지만 결국에는 매일 그렇게

고민만을 했었다. 풀 수 없다는 것을 인정 해야 했다.

그녀와 그는 그 문제를 풀 수 없었다.

결혼식을 한다는 것과 집을 사거나 전세로 집을 구한다는 것과

그는 그의 어머니와 같이 살고 싶어 했고 그녀는 절대로 그의 어머니와 살 수 없었다.

그런 문제들을 그는 하나도 풀 수 없었다.

그런데도 그녀와 그는 28개월이라는 시간동안 고민하고 회피했다.

그러다 싸우면 회피 했던 문제들이 그녀의 입을 통해서 가슴 깊숙이 뿌리 내린다.

그 역시 그녀의 약점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사람에게 약점이란 정보 그 자체다.

그렇지만 약점을 공격하지는 않았다.

말이 나오지 않았을 뿐더러

그녀 또한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문제는 그가 결혼 할 준비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녀 또한 준비를 하지 않았다 라고 생각 할 수 있었지만

그는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고 그런 생각을 통해서 그녀를 욕하지도 않았다.

단지 그 스스로가 준비를 못했다는 사실만을 생각 했을 뿐이다 비참해질 정도로.

 

그는 여자를 만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책임감이 그를 억누르고

그를 심판 할 것이다.

현실을 회피 하고 여자를 만나려 할 때면 가슴 속에서 그녀가 말 할 것이다.

 

그럴 돈 없잖아

그리고 대답 할 것이다.

맞어

 

그런데 이 맞어라는 말의 억양이 변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의 굳게 다문 입술 왼쪽 끝이 올라갔다.

 

////

 

그는 모든 상황들을 비관적으로 풀 수 없는 문제라고 말하면서 말하지만

결국에는 하루 하루 살아가고 있다.

친구들과 게임을 하기도 하고 혼자서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고 책을 본다.

회사 업무와 관련 된 프로그램들을 공부하기도 하고 캐드로 안경 도면을 그리기도 한다.

풀 수 없는 문제를 직면 할 때면 비참해 있다가

몇 십분 뒤 풀 수 없다고 인정 하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음악을 듣고 일상을 이어간다.

 

///

 

그는 밖으로 나왔다 꽃샘 추위로 날씨가 차가웠다.

문자를 보냈던 날과 다르게 말이다. 그는 걸으면서 생각 했다.

도대체 무엇을 바라기에 그녀를 만나고자 하는 것이지?

영화 따듯한 색 블루처럼 섹스 궁합이 맞아서 다시 그런 섹스가 하고 싶어서?

아니면 그녀의 사랑스러운 모습과 말투가 보고 싶어서?

혹은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서?

그러다 어쩌면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만나자고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따스한 봄기운으로 인해 그녀와의 좋은 기억들이 싹을 피웠는지도 모른다.

그녀와 헤어진 이유는 기억해내지 못하고 말이다.

그녀는 사랑스럽지만 그녀와는 절대로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약속을 취소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괜찮아 오랜만에 얼굴이나 보자라고 생각하며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가산역에서 8-3에서 만났다.

그녀는 검은 패딩 코트를 입고 있었다. 머리 스타일은 5개월 전과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못 본 것들이 있을 때 마다 (스타킹,가방, 목걸이,시계)

5개월 전과 변함이 없는 자신을 돌아봤다. 유니클로에서 세일 할 때 산 투버튼 자켓과

핸드폰이 노트1과 디자인이 거의 똑같은 g pro2로 바뀌었다는 것 말고는

5개월 전과 다를 것이 없었다.

소소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회사일 이야기 조카에 대한 이야기 그런 이야기들을 하면서

자세히 기억나지 않던 그녀의 사랑스러운 말투와 억양을 유심히 관찰했다.

그렇게 대화를 하고 종로5가역에서 내렸다. 원래 극장을 가기로 했지만

마땅히 볼 영화가 없었다. 레고무비가 보고 싶었지만 그녀가 그 애니메이션을 좋아할 리가

없어서 말도 꺼내지 않았다. 그래서 광장시장에 가서 쇼핑을 하기로 했다.

여러 옷을 둘러보고 그녀와 그가 왕비라고 지칭하는 여자의 매장으로 갔다.

옷을 둘러보다가 여자 직원이 예전에 남자친구분이랑 여기 온 적 있지 않으세요?

라고 물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어쩐지 낯이 익어요 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런 순간들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익숙해서

마치 그녀와 아직도 사귀고 있다는 느낌을 그는 받았다.

왕비여자 직원이라서 하나라도 사오고 싶었지만 마땅히 이쁜 것이 없어서

다음에 올께요 라고 말하면서 그녀와 그는 나왔다.

커피숍을 가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녀가 말을 하면서 짓는 표정들을 유심히 바라봤다. 그리고 커피숍을 나오고서는 할 것이 없음을 그것과 동시에 사귀던 나날들이 생각 났다.

갈 곳이 없어 할 것이 없어서 서로 서울을 배회하던 시절이 말이다.

할게 없네라고 말했고

그럼 집에 가면 되지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는 그 상황이 어색했다. 사귀고 있었을 때에는 지루하고 할 것이 없어도 배회를 했는데

지금은 아닌 것이다. 그렇게 바로 지하철을 탔다.

그는 예전과 똑같이 안양가는 기차를 타고 가산역까지 갈려고 했다.

그녀가 너 어디로 가? 라고 물었고 가산역까지 간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신도림으로 간다고 했다. 그는 혼자서 신도림에 가서 모하게? 라고 물었고

그녀는 신도림에 약속 있다고 말했다.

그 때 남자친구 생겼어? 라는 말이 목까지 올라왔지만 그는 말하지 않았다.

친구처럼 간단히 물어 볼 수가 없었다. 올라오던 말이 역류를 하니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신도림에서 헤어졌다.

 

그리고 그는 다시 한번 확인 했다. 그녀와 만나면 안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친구에게 연락을 해 여자를 소개 시켜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마음에도 없는 아는 여자애에게 연락해 술 먹자고 말하고 싶었다.

그냥 소주 한병을 사서 원샷 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술을 먹어서 취한다고 해서 달라질 일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낯선 여자를 소개 받고 그 여자와 연락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행위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지금 이 감정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와 동시에 이런 역류하는 감정들이 삶 그 자체라는 사실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삶은 그 자체로도 완벽하다는 사실을.

그는 지금 이 순간의 삶의 맛을 느끼며 차가운 거리를 걷고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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