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부터 나는 맞짱이 너무 무서웠다.
내가 힘이 약해서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도 반에서 운동신경이 꽤나 좋은 편에 속했다.
그럼에도 누군가랑 주먹다짐으로 우열을 가리는 것은 무서웠다.
상대가 강하고 약하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내 코에서 피를 터뜨릴 수 있는 완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일단 싸울 엄두가 안났다.
내 몸이 다치고 아프고 피나는 것을 상상하니 끔찍했다.
찌질하게 생겨서 그런가. 중고등학교 때 나한테 시비거는 아이들이 몇 있었다.
나는 내가 얻어터지는 것도 너무 무서웠지만 반 친구들한테 얕 보이는 것이 더 무서웠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순간에는 맞짱을 뜰 수 밖에 없었다.
감정이 일촉즉발이라서 바로 맞짱뜨는 경우면 상관 없지만,
"야 씨발 학교 끝나고 함 뜰래?"의 경우면 나는 학교 끝날때까지 벌벌벌 떨어야했다.
다행히 나는 피터지는 싸움까지 가본 적은 없었다...
대학교에 들어오니 이제는 싸움으로 서열정하는 사회는 끝이났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딜가나 극소수의 마초들은 존재한다.
나는 이 마초새기들 때문에 주짓수와 권투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할말은 하면서 살아야하지 않겠는가.
내 몸은 지킬 수 있어야 되지 않을까.
하지만 생각만 2년했고 귀찮아서 실제로 배우지는 않았다.
고민해보니 주짓수와 권투를 배우지 않아도 생존하는 방법이 있었다.
바로 '도망'가는 것이다.
내가 할말을 하면서 살고 그 사람이 나한테
'야 씨발 함뜰래?'
하면 싫다고 이야기하면 되는거다.
그리고 그딴거 없이 앞뒤 안재고 나한테 주먹을 후리려고 하면 도망가면 된다.
이 생각을 이제서야 한걸보면 내가 진짜 무서워했던 게 정말 피터지는 게 맞을까 싶다.
사실은 그냥 남성성 잃는걸 무서워했던 게 아닐까.
여튼 그래서 난 복싱 주짓수 할 시간과 돈을 달리기에 투자하면 될 것 같으니 이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