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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내 병이 우울증인 줄 알고 살았다.

그렇게 진단 받았고, 그렇게 믿고 있었다.

즐겁다가도 슬펐고, 기쁘다가도 아팠다. 그냥 그런 건 줄 알았다. 그 따위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러다 죽기만을 바랐다. 병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죽음을 갈망했다. 삶을 마무리 짓기 위해 수많은 계획을 도모하고 또 시도했다. 내 목숨은 질겼다. 나는 자꾸만 살아났다.

위로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투자했다.

인간이 과연 타인을 위로할 수 있는 것일까? 나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도 나를 모르는데, 감히 누가 나를 위안할 수 있겠어. 개 같은 놈들 다들 지네뿐이 모르지. 무뎌 빠진 자식들 다들 세상 편하게 살지. 이기적인 새끼들 다들 남 생각은 안 하지. 분노와 상처, 절망과 한숨, 고통과 질투가 범벅된 거리를 절룩거리며 끝없이 걸었다.

작년에만 의식을 잃고 두 번 중환자실 신세를 지었다.

첫 번째 입원 소식을 접한 이들은 나를 지나치게 걱정했다. 연락을 많이도 받았다. 모 아이돌 그룹 멤버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오래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더들 그랬으리라.

걔네가 다 싫었다. 비슷한 병을 가진 몇몇을 제외하곤 죄다 거지 같은 말들만 늘어놓았다. 코웃음 지을 힘도 없었다. 그러면 그렇지, 뭘 알겠니 너네가. 자꾸만 염세적으로 변해가는 내 모습이 싫어서, 더욱더 살고 싶지 않았다.

두 번째 입원을 했을 땐, 주변인들의 연락을 그닥 많이 받지 않았다. 아마 직감했을 것이다. 이해 없이 지껄이는 헛소리가 나에게 더 큰 상처가 된다는 걸, 그들도 그제서야 깨달았을 것이다.

두 번째 퇴원 후, 친구 몇몇을 만났다. 우리는 용산구 어디쯤에서 술을 마셨다. 담배를 피웠다. 많이 취했다. 무리 중 나와 가장 친한 하나가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야, 너 어떻게 할 거야! 뭐 어쩌려고 그러는 거야! 진짜 뒤질 거야? 진짜 죽으려고 그러는 거야?!”

“씨팔 죽든 말든 제발 그냥 둬.”

“죽지 마! 살아야 돼!!!”

“왜?”

“몰라, 모르겠고 그냥 살아! 그냥 살아!”

나도 울고 걔도 울었다. 걔는 내가 죽는 게 무서워서 울었고, 나는 걔가 무서워서 울었다. 아무도 나를 이해해주지 못하는구나. 이해할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구나. 이해를… 이해를 바라지 말자. 어서 죽자.

상처만 남은 술자리를 뒤로하고 집에 돌아와 끝없이 생각했다. 위로에 대해, 사람에 대해, 죽음과 삶과 죽음에 대해. 매일매일 술을 마셨다. 울고불고 술을 마셨다. 번개탄을 주문했다. 헬륨 자살을 설명해놓은 블로그를 북마크하기 시작했다. 올해 안에는 반드시 죽겠다고 마음먹었다. 주변인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바란다고 나불대며 지냈다.

그리고 또 다른 친구의 연락을 받았다.

“이런 말을 하기가 조심스럽지만… 아무한테도 한 적 없고, 너한테라면 더더욱 해선 안 될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오늘은 해야겠다. 네가 정말 그렇게 죽음을 열망한다면, 나는 네가 그냥 죽게 둬야 하는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을 했어…”

그의 말을 듣고 나는 고맙다고 말했던 것 같다. 나는 연락을 마치고 한참 울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를 진심으로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었구나. 나를 진정으로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었구나. 이런 사람이 내 곁에 단 한 명뿐일지라도, 그를 위해서라도 나는 살아야겠구나.

살면서 처음으로 받은 진정한 위로, 죽어도 괜찮다는 친구의 말이 오히려 나를 살게 하였다. 살라고 소리치던 이의 절규보다, 죽으라고 말해주는 이의 속삭임이 내게 큰 위로가 되었다.

위로는 타인의 감정에 대한 공감으로 시작한다. 유대감과 이해로 발전한다. 고민 끝에 건네는 말 한마디로 마무리된다.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을 얼마나 깊이 생각하며 살고 있을까?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로하며 살고 있을까?




-이랑의 친구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는 메일링 서비스인데  이런 글이 올라와서-

여튼 월요일은 즐겁습니다. 단지 월요일에 좆같은 일이 있을 뿐이에요.

  • 헤이슈가 2019.07.22 22:35
    월요일은 OHP 하는 날이죠
  • tututuhahaha 2019.07.23 01:30
    훈계질을 하다가 느낀 건데 저한테 필요한 말을 상대방에게 하고 있더군여, 타인에게 자신의 모습을 투사해서 본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느끼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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