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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게파티 레알 명곡임 ㅋㅋㅋㅋ

http://musicy.kr/?code=zine&subp=0101&cidx=16&gbn=viewok&sp=&tag=&gp=1&ix=5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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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 라인이 이렇게 좋다니. 첫 곡 「레게 파티」는 심상치 않다. 탄탄한 반주 위에서 김흥국은 자기식대로 주절주절 노래를 부르고 깔깔깔 웃고 추임새를 넣는다. 이런저런 효과음과 이상민의 토스팅까지 곁들인 이 곡은 확실히 훌륭한 축에 속한다. 이어지는 「내 마음을 꽉 꼬집어준 그대」는 또 어떤가. 드럼과 퍼커션의 조합이 가히 환상적이다. 여기까지 들으면 해설지에 적힌 "아방가르드팝/해체주의가요 걸작"이란 수식이 그리 과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다음 트랙 「야릇한 기분」에서 돌연 정체가 탄로난다. 시작과 동시에 들려오는 저 야들야들한 여성 백보컬이 7말8초 때부터 내려오던 재미없는 관습이라는 걸 알아채고, 기타로 묵직하게 커팅해야 할 레게 리듬을 키보드로 빈약하게 메우고 있는 현장을 보고 있자니 허탈감이 밀려온다. 해설지가 이 점에 대해서도 발언하고 있는 것이 흥미로울 따름이다. "양심도 없을 만큼 저렴한 프로덕션으로 만들어진 앨범"이라고.


잠깐, 잠깐...... 그런데 나는 왜 지금 김흥국의 94년 앨범을 리뷰하려 드는 걸까? 저주받은 걸작을 뒤늦게라도 영접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에? 그럴 리가. 그건 아니다. 94년 발매된 『Last Reggae』는 레게 붐의 막차를 타기 위해 그냥저냥 만들어졌을 뿐이다. 어쩌다 보니 수록곡 전부가 레게가 되었고 그 중 몇 곡이 정말 잘 만들어졌 뿐이다. 김흥국의 목소리가 레게와 그럭저럭 어울린다는 말까지 보태면 그걸로 끝이다. 자기 곡을 끝없이 재활용했다는 점에서 그는 트로트 계열에 속했고 이 앨범의 두 곡은 2005년 발매작 『으아』에 재수록되었다. 그에 대한 진지한 재평가는 「호랑나비」를 93위에 올려놓은 본 웹진의 'Dance Track 120'을 참고하면 될 것이다.


김흥국에 대한 리뷰가 나에 대한 에세이로 돌변해야만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테이프로 발매되었기 때문에 나는 『레게의 신』을 샀다. LP로만 발매되었다면 나는 절대 김흥국을 사지 않았을 것이다. 작년부터 제법 늘기 시작한 테이프 발매는 나에게 참으로 희한한 기분을 선사했다. 불싸조 3집(2011) 때만 해도 이게 도대체 무슨 장난일까 싶었던 것이 5년이 더 지나니 작은 흐름이 되었다. 테이프 제작이 중단되기 전 마지막으로 샀던 것이 2007년 봄의 안치환 9집이었다. 그 즈음 나는 네이버 카페 시절의 음취y에 '테잎돌이의 끝자락'(http://cafe.naver.com/musicy/690)이라는 조촐한 에세이 하나를 썼다.


"이렇게 너덜너덜한 테잎을 갖고 있다고 누가 알아주기나 하나? 고딩 시절 저랑 같이 경쟁적으로 테잎을 사 모으던 친구 놈도 얼마 전 이사를 하면서 테잎을 모두 두고 왔다고 했습니다. 평론 일 때문에 저랑 같은 직장을 다녔던 어떤 분도 역시 이사하면서 테잎을 모두 버렸다고 했습니다. 저만큼이나 당시 컴필레이션 제작에 열을 올리셨던 아버지마저 몇 년 전 일생의 숙원이었던 고가의 오디오 시스템을 마련하시면서 카세트 데크는 끝내 구매하지 않으셨습니다. 뭐랄까, 근래 들어 좀 창피하단 생각이 여러 번 들었습니다. “앨범을 몇 장이나 소장하고 계십니까?” “대략 땡천 장 되는데요, 그 중에 테잎이 무려…” 이런 얘기를 쪽팔리게 어떻게 하나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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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세어봤다. 가요 테이프 앨범이 1254개. 작년과 올해 초를 거치며 10개 정도 늘어났다. 쾅 프로그램 2집을 쿨 1집 옆에 꽂고, 권나무 2집을 권인하 2집 옆에 꽂고, 김흥국을 꽃다지 옆에 꽂고, 시크릿 아시안 맨을 신대철의 『Corona』 옆에 꽂고, 빌리 카터와 빛과 소음 사이에 빛과 소금이 쭈욱 자리잡은 모습을 보는 일은 나에게 작은 뿌듯함을 주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옛날 나의 수집은 LP로부터 시작하지 않았다. 남들보다 늦게 대중음악에 빠져들어 테이프부터 시작했다. 만약 LP부터 사모았다면 지금의 통장 잔고는 무척 많이 줄었을 것이다. 김흥국 『레게의 신』 LP가 26700원이라니. 하긴 테이프 11900원도 나에겐 놀랍다. 김오키와 박지하는 13400원에 샀다. 1991년에 봄여름가을겨울 3집을 3100원에 샀던 걸 또렷이 기억한다. 10년 전에 안치환 9집은 6000원 정도에 샀다. 어쨌든 다음에 할 일은 샤이니 5집 테이프를 샤크라 옆에 꽂아넣는 일이다.


테이프를 들으려고 몇 달 전 인켈 858 중고를 샀고 20세기에 듣고는 듣지 않았던 테이프들을 이것저것 계속 꺼내 듣는 중이다. 대부분은 아직 멀쩡하지만 늘어진 것도 여러 개 발견했다. 신보 테이프를 사더라도 동봉된 다운로드 코드는 절대 잃어버리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마도 당분간은 신보를 테이프로 발매하는 언더그라운드의 작은 흐름이 계속 이어질 테고, 나는 CD라면 사지 않을 지도 모를 앨범을 테이프라는 이유 때문에 모조리 사게 될 것이다. 그래봤자 내가 가장 많이 사는 건 죽을 때까지 CD일 것이다. 게다가 언젠가는 턴테이블을 들여놓게 되어 LP로 돈을 탕진하는 날이 오고, 블루레이 때문에 곱하기 3으로 탕진하는 날이 도둑처럼 닥쳐올 것이다. 그러는 사이 테이프는 야금야금 조금씩 자기만의 방식으로 늘어갈 것이다. 지방 중소도시에서 음반 소매점을 발견할 때마다 나는 무조건 쳐들어갈 테고, 테이프로 만들어지는 시대이탈적 신보에는 언제든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있다. 그리고 『레게의 신』처럼 그럴듯한 이유를 들어 재발매되는 것들도. 덕분에 잠시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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