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판치는 세상은 과연 어떠할까? 아직은 사소한 기술의 응용단계 또는 그냥 여러가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일종의 잘 짜여진 시나리오를 통해 단순 반응을 하는 것에 머물러 있지만 기술적 특이점까지 온다면 꽤나 불안한 느낌이 든다.
(여담으로 나는 기러기 아빠가 기계하고 대화해서 행복하다는 광고를 보고 깜짝 놀랐는데, 아무리 사회가 꼰대니 개인이 최고니 이런 마인드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고는 해도 인간끼리의 교감이라는 가치가 이 정도로 바닥을 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인 거 같아서 좀 뜨악할 정도다)
근데 대선 같은 걸 보고 있으면 과연 AI 시대에는 이런 것을 어떻게 판단할까? 그런 생각이 든다. 아니 사람이 살아가면서 맞닥드리게 되는 수많은 난감한 문제들을, 그 싸움들을 AI는 어떻게 반응할 수 있을까? 동성애라는 자연적으로 랜덤하게 발생하는 사실에 대한 입장이 이렇게 (필요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복잡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을 AI는 어떻게 반응할까?
사회의 가장 큰 특성중의 하나는 '답 없음'이라고 생각한다. 진보주의자들이 대체로 이 부분에서 함정에 빠지는데 자기가 논리를 잘 갖추면 내 말이 옳으니깐 내 말이 답이고 그래서 다른 건 다 틀렸다고 판단하고 더 나아가면 그걸 나쁘다, 악이다고 평가하는 부분에 있다. 문제는 자기만 논리적인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의 입장도 논리적인 전개가 가능하다. 더 나아가 논리적이지 않아도 그게 결정된 행동과 태도의 교정을 요구하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외모를 보고 누군가를 꺼리면 안된다고 하지만 어린 아이들이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을 그럼 비난할 수가 있을까? 생각보다 복잡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결국 이런 답없음을 어떻게 정리해나가고 그 안에서 균형을 찾느냐가 사람이 나이를 먹어가며 깨닫는 부분이라고 본다. 그걸 지식과 구분해서 지혜라는 말을 쓰면서 표현하는 것 같고. 적잖은 사람들이 삶의 답답함을 못이겨 종교를 믿거나 점을 보거나 하는 이유는 절대자라는 존재의 권위에 기대어 어떤 '답'을 구하고자 함인데 사실 각자 자기가 선호하는 종교를 조금만 공부해보아도 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성찰을 도와주는 역할에 방점이 찍혀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런 적극적 노력이 싫어서 그냥 무조건 주문을 외면서 기도하는 자세로 일관해서 그렇지.
나는 이 답없음을 받아들여 체득하고 그 안에서 활달할 수 있다면 기계가 아무리 발달한들 인간의 영역이 침해되지는, 또 쉽게 그 가치를 잃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기기가 양자역학에 통계학을 아무리 학습한다고 한들 결국 그 결과 어떤 답을 내리려는 경향성을 가지게 될텐데 인간 사회는 그런 답으로 좌지우지 되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획일화 될 거 같으면서도 묘하게 다양성이 생겨나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