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딱히 대단한 이야기가 시작 되거나 누군가에게 흥미를 느끼게 할 이야기들이 이제는 생각나지 않는다.
여행 이야기라던지 여자 이야기라던지 등등등 소설 같은 이야기가 아닌 흔해 빠진 에세이도 딱히 와닿지 않는다.
2. 편의점에서 수입 맥주 4캔에 만원 이길래 효율이 좋아 보이는 애들로 골랐다. 포키 극세 빼빼로 2+1 과 샀다.
화장을 곱게 한 20대 중반의 여성과 눈이 마주쳤고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편의점에는 그저 평범해 보이는
집에서 티비를 보며 즐거워 하며 티비 속 어린 귀여운 아이들을 카톡 사진, 배경 화면으로 쓸 것 같은 알바생을 유심히 바라봤다.
그렇다고 그녀에게서 어떤 매력을 찾는게 아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바라봤다. 그러다 담배를 사야 되나 그런 생각을 잠깐 했다.
편의점을 나오고 팔라멘트 한가치를 물고 조심스럽게 불을 붙인다. 일주일에 담배를 펴봤자 두가치를 피니
아직도 담배불을 켜는 것 자체가 잘 되지 않는다. 자세가 나오지 않는다.
내가 담배를 필 때에는 왼손가락 끝에 걸쳐서 이 담배가 떨어질 수 도 있을만큼 살짝 잡고
도망가는 고양이를 부등껴 안는 것 처럼 한모금 빤다.
추운 날에는 별을 보기에 참 좋은 날씨다. 별을 본다. 별을 본다. 아파트 사이로 별이 빛난다. 고3 야자가 끝나고
고개를 들어 별들을 보며 집으로 가던 기억이 생각났다. 빨간 십자가 위에도 별이 있었는데
저 십자가가 빛나는 별에 대해서 무엇을 알까? 라는 생각을 했다.
편의점으로 가기 전에 아메리칸 쉐프를 봤고 음식을 잘한다는 것이 무엇이 맛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도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 했다. 아메리칸 쉐프 역시 뻔한 영화지만 그 뻔함에도 양념이 잘 베어있어
한번 쯤 보는건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고개를 들어 별을 보면서 담배를 피고 거의 다 폈을 때 끝 맛에 신맛이 나는 커피가 미친듯이 마시고 싶었다.
만약 동네에 커피 전문전이 있었다면 당장 달려가 그 커피를 시키고 담배를 한가치 더 피웠을 것이다.
늙어간다는건 성숙해진다는게 아니라 내가 무슨 옷이 어울리고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분명해지는 것 같다.
와인은 피노누아 품종만 마시고 (아무리 비싸고 타인이 맛있다고 해도 떫고 드라이 한 건 못먹겠다) 커피는 향도 중요하지만
끝에 신맛이 나면서 자연스럽게 목을 넘어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어느 동네에서 나는 품종이 끝에 신맛이 나는지 모른다.
다음에 먹게 되면 꼭 물어보고 기억해야지 라고 생각한다.
이제 21이 추천한 영화 중에 못 본 천상의 릴리아와 판타스틱 소녀 백서를 볼 것이다.
그리고 한달을 기달려 문선길 내한 공연을 볼 것이다. 공연 전에 친구와 잔뜩 술을 마시고 들어가기 전에 담배 두가치를 피고
아무 생각 없이 자리에 앉아 공연을 볼 것이다.
아버지가 나의 성적에 대해서는 혼내지도 않았지만 일기를 쓰지 않았다고 야밤에 산에 끌고가 개패듯이 맞은게생각난다.
이렇게 일기를 쓴다. 그렇다고 이런 내용이 아버지가 좋아할지는 의문이 들지만. 그래도 지금도 이렇게 일기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