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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의 어울림 속에서 갈수록 마음에 안 드는 것들이 더 두드러지게 다가오고, 거기에서 불편함과 짜증을 느끼는 일이 생기곤 한다.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그래서 갈수록 힘들고, 귀찮은 일이건 기대되는 일이건 약속 시간이 다가오면 현탁액을 빨아야 할 만큼 힘이 든다.

분명 나를 대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오히려 역지사지가 상황을 더욱 더 어렵게 인식하게 만들고, 본의 아니게 나는 의심으로 똘똘 뭉친, 말 한마디 한마디 작은 상황 하나에도 날을 세워 대응하곤 하는 쪼잔한 인물이 되어 있기도 한다. 아 참 비참한 일이다.


그렇게 회피하는 내 모습을 보고 있자면 꼴보기 싫어진다. 아직까지는 허세와 허영심이 조금 더 앞서 있는 상태라 (다행인건지 불행인건지), 나는 의외의 용기를 내어 이런 저런 시도들을 은근히 틈만나면 해보곤 한다. 문제는 그 시도 하나하나가 너무 힘들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정작 체력을 바탕으로 끈질기게 버텨야 하는 상황에서 무너저 내린다는 점이다. 그리고 갈수록 세상의 일은 1회 KO 같은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일들만 선택지로 주어져 있기에, 결국은 앞페이지 몇장에만 손때 묻어있는 책들로 책장을 채워가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버린다는 사실인데 복기해보면 참 씁쓸하다. 뭔가 무게감은 느껴지는데 그 무게감이 나의 알맹이를 전혀 의미하지 않을 때 느껴지는 자기 비하감, 그리고 이어지는 속상한 슬픈 기운.


결국 나는 그리 탄탄하지 못하다 보니 주위에 전가할 상대를 찾게 된다. 술이 좀 들어가면 호기롭게 세상을 향한 나만의 관점을, 아주 스스로 객관적인 검증과정을 거쳤다는 자세를 취하며 읊조리기에 바쁘다. 나만 그런 건 아닌거 같은 게 초장에는 누가 한 마디 말 던져주길 바라면서 소주 한 잔 들이키던 초저녁이 나중에는 누군가의 말을 끊지 않으면 타이밍을 놓쳐 나만의 이야기를 샤우팅하지 못해 답답한 마음에 소주 한 잔을 입에 털어넣는 새벽녘으로 접어들면서 맛탱이가 가버리곤 하기 때문이다.


타인의 컵에서는 채워진 음료를 바라보다가도 나의 물잔에서는 비워진 공백을 더 크게 바라보게 되는, 결핍을 느끼는 마음은 되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더더욱 증폭되는 경향이 있는지라, 결국의 쓸쓸한 나는 쓸쓸함을 택하곤 한다. 그리고 그 쓸쓸함이 몸에 맞은 옷처럼 편할 때도 많고, 그 쯤 되면 나는 그냥 쓸쓸함이란 캐릭터를 타고난 존재이니 그냥 내 분수에 맞게 살자는 말을 되뇌이곤 하는데, 익숙해지면 더 이상 외로움이 나를 짓밟거나 하지 않고 오히려 묘한 안정감마저 보장해주곤 한다. 인간이 섹스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자위로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는 것에 비유한다면 좀 너무 자극적이려나.


그렇게 차가운 홑이불을 감싸며 내 온기로 나를 데워가며 잘 살아가다가도 가끔 뜬금없이 누군가의 따스함을 내리쬐게 되면, 그 온기가 너무나 나에게 특별한 나머지 가슴이 아파져 오는 것이다. 그 잡을 수 없을 것만 같은 것을 다시 한 번 은전 한 닢 마냥 잡아보고 싶어 그렇게 나의 안정감은 사라지고 다시금 불안정한 영역에서 나는 주위의 모든 것들과 사사건건 다시 상대적인 지표가 매겨진 존재로 재등장하게 되고, 그것만으로도 나쁜 일 하나 없는 나의 일상은 다시금 고통스러워진다. 그리고, 또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버릴 것인지, 설령 그러하더라도 이번엔 어디까지 한 번 걸어가볼까 마음을 먹는다던지,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 해보게 된다.


근데 결국 돌아보면, 그 갈팡질팡하던 모습이 찡할 정도로 애틋한 것이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용필이 형님의 노래 가사가 영 식상한 말이기만 한 것은 아닌 것이다. 그렇게 채워진 나의 흔적들은 떠올려 볼 때 단순한 원색이 아닌 설명하기 힘든 어떤 컬러로 색칠되고, 그래도 그래서 하루가 또 특별하게 느껴지게 된다. 그렇게 나를 움직이게 하는 그 힘은 라면을 먹고 칼로리를 취하는 기분에 가깝긴 하지만, 그래서 허한 마음에 책장에 쌓인 책들에 손 때를 다시 좀 묻혀보기도 하지만, 뭐 그것도 그리 나쁘진 않은 것이다. 푼돈을 모아 학교 앞 허름한 분식 집에서 밀가루 떡볶이를 먹던 맛이 쉽사리 잊혀지기 어려운 것처럼. 


오늘의 내가 이 새벽 모기들에 휩싸여 보내는 상황의 끝은 어디가 될까? 그 궁금함이 나를 계속 살아가게 하는 것은 아닐까? 아무리 재미없는 영화라도 엥간히 보다보면 그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해지기 마련이니깐. 

  • 나타샹 2016.10.09 18:35
    아저씨 글 읽으니까 눈물나누 ㅜㅜ 다들 가을 적당 타유 ㅜㅜ
  • imi 2016.10.13 00:33
    섹스 엔더 시티 어떤 남자 배우가
    우리 5일은 같이 지내고 2틀은 각자의 삶을 지내는게 어떻냐고 물어보는 장면이 생각나네요.
    혼자가 정말 살아가기에는 정말 편하지만
    존재가 흔들릴 때 잡아주었으면 하는 사람이 있어주길 바라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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