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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는 여느 때보다 조금 늦은 9시 30분쯤에 수면제를 먹었습니다. 보통은 수면제 먹기 전에 아무것도 먹지 않는데요, 어제는 책상 옆에 놔둔 비스킷이 이상할 정도로 먹고 싶어서, 전부 먹어버렸습니다. 전부라고 해봐야, 얇은 비스킷이 3~4개씩 개별 포장되어 있는 걸 두 번 먹었으니까, 별로 먹지 않은 셈이지요. 그 비스킷은 버터향이 났고 조금 달면서 짭짤한 맛이 났습니다. 어머니가 일본에서 온 택배의 과자나 라면 등을 교회 사람들이나 동생 부부에게 나누어주거나 했는데, 그 비스킷은 목사님에게 주려던 것들 중 하나였는데, 타이밍이 맞지 않아 일부가 나에게 온 것이지요. 나는 다시 양치를 하고, 시냇물 소리를 들으면서 누웠습니다. 

 정신이 돌아오니 새벽 2시 50분이었습니다. 꿈을 꾸지 않은 것으로보아 조금 깊은 수면 단계에 있었나 봅니다. 그리고 다시 얕은 잠을 시도했는데, 드문드문 꿈의 이미지가 파편처럼 흩어져서 떠오르고 사라졌습니다. 그 중 기억나는 것은 쥐를 열심히 잡는 꿈이었습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앞으로 좋은 일들이 눈사태처럼 쏟아지기를 기도했습니다. 나는 충분히 고통받았다고 생각하니까요. 

아침이 되어, 귀 아랫부분을 20초 정도 지긋이 누르고 놓았는데, 별안간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습니다. 나는 무감정의 상태였습니다. 머릿속에 혈액순환, 림프액 같은 단어들이 연이어 떠올랐습니다. 이것이 해결책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저께 만든 오픈톡을 확인하니 이번엔 '쿠오오' 님이 장문의 글을 남기고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나는 그것을 꼼꼼하게 두 번 읽어보았습니다. 

 나는 날 때부터 겉도는 타입으로 가족 아닌 타인과 그토록 끈끈한 유대관계를 가져본 적이 없었기에 '쿠오오'님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상당히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사랑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는데요, 사실 어제 오후 나도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동시성이랄까요. 나는 유년기 때, 2층 집주인의 사나운 개를 어떻게든 나와 친하게 만들고 싶어서 빈 케챱통에 물을 넣어 그것을 조금씩 마시게 한 후, 그 개를 껴안았습니다. 개의 헐떡이는 소리와 손과 가슴으로 전해지는 온기가 묘한 감정을 느끼게 했습니다. 살아있음, 생명 그 자체를 끌어안고 있다는 느낌. 그 생생한 느낌은 그 후로 두 번 다시 느낄 수 없었습니다. 지금까지도요. 그렇게 매일 그 개를 껴안으러 갔었습니다. 그 개는 이제 이 세상에 없겠지요. 이사를 가기 전, 마지막으로 그 개를 멀리서 바라보았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 개는 마지막 순간에 나를 떠올리지 않았겠지요.



심심할 때or 헛소리하고 싶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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